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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구로'에서 초중고 12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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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구로'에서 초중고 12년을 돌아보며…
  • 심형석(우신고3학년)
  • 승인 2012.02.06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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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궁동에서 태어나 올해로 스무 살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두 번이나 변하는 동안 우리 지역의 교육 실태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졸업을 앞두고 12년간의 학교생활 중 아쉬웠던 점을 풀어보고자 한다.
 
 ■ 초등은 인성이 우선
 유치원에서도 영어를 가르치는 세상이 되어버렸지만, 어디까지나 초등학교의 중요한 역할은 사회성 발달과 인성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경쟁하는 일보다는 아이들끼리 협동하는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협동심을 기르라는 목적의 수련회에서조차 요즘은 왕따와 서열나누기가 존재한다. 그것은 평등의식과 다원 사회에 대한 이해와 숙지가 덜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장애우, 결손가정, 다문화 가정에 대한 교사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며 또 편견을 갖지 않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
 
 ■ 진로는 중학교 때부터
 세상에! 대학교 입학원서를 쓸 때서야 자기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19세들이 태반이라니. 게다가 원하는 과도 '문과생은 경영학과 아니면 정치학과'처럼 일률적이다. 기업인과 정치인 밖에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계획이 아니라면, 청소년들이 다양한 장래를 꿈꿀 수 있고 각자의 자아에 걸맞은 진로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입시문제로 정신없는 고등학생 때보다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풋풋해서 꿈이 많은 중학생 시절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야를 넓혀주는 것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일깨워주는 것이다. 먼저, 교육청이나 구청은, 일정 학년이 되면 전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탐색 검사, 자아 탐색 검사 등을 실시해준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전문적으로 상담해주 수 있는 상담사를 각 학교로 파견하여 모둠 상담 및 개인 상담을 통해 실질적이고 치밀하게 학생들이 본인을 파악하도록 해준다.


 또 학생들이 상담을 통해 궁금해 하는 직업군의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주어야 한다. 내 모교의 경우, 각 직업군에 종사하는 선배들이 학교에 방문해 2시간가량 직업에 대해 설명해주고 질문을 받는 날이 있었다. 이런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아이들의 진로설정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자아에 대한 발견과 실현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아'라는 단어를 중학교 가정 교과서에서만 슥 읽고 지나가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 체계적 수업과 문화적 환경 시급
 올해, 구로구청은 명문고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단순하게 명문대 진학률을 따진다'는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짚기 전에, 과연 고등학교들은 구청이 바라는 대로 알찬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까? 명문고 육성 프로젝트 대상인 구로의 모 고등학교의 경우만 해도, 학교에서 내세우는 학습 프로그램의 모습과는 달리 학생들은 '빛 좋은 개살구'라고 입을 모은다. 명문고육성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본다면, 구청은 학교의 계획서와 보고서를 읽는 정도가 아니라 임의의 학생들을 추려 실질적인 만족도를 조사해야 한다. 또 이는 비단 명문고육성프로젝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학교와 학부모들도 많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체계적으로, 질 높게 수업을 꾸려야하지 않을까?


 또 한 가지 고등학교 생활 중 2% 부족했던 것은 우리 지역에 10대들의 문화생활을 도와줄 기관이나 장소가 적다는 점이다. 정말 우리지역에서 큰 인물이 나오기를 바란다면, 학교 보충수업 개설이 아닌 10대를 위한 교양강좌 개설을 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문화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의 고등학생들은 10년 전 학생들보다 영화는 많이 보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와 못 만들어진 영화에 대해서는 전혀 구분하거나 평가하지 못한다. 문화시설은 노래방과 피씨방이 전부인 줄 알고, 인문의 중요성이나 문화적인 교양이 떨어진다면 전교 1등일지라도 우리 지역에서 큰 인물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지역'에 대한 교사들 인식전환부터
 지금까지 아쉬웠던 점, 나아져야 할 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제 얼굴에 침 뱉는 교사들을 본 적이 있다. 바로 구로지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수준이 낮다며 싸잡아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물론 구로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교육 환경적으로 열악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개선하고 고쳐주는 것이 교사의 사명이다.


 바라건대, 학교 학년 관계없이 교사들이 지역에 대한 애정을 심어주면 좋겠다. 근거 없는 자긍심은 오히려 안 좋겠지만 왜 자신의 지역이 중요하고 지역을 발전시켜야하는지에 대한 수업은 피타고라스보다, 뉴턴보다, 30년대 대공황이나 영어단어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산이 또 한 번 바뀌기 전에 내 후배들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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