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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순찰지구대엔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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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순찰지구대엔 무슨 일이?
  • 구로타임즈
  • 승인 2004.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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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기획 심야동행 취재/ 구일지구대를 통해본 지구대경찰 애환
최근 경찰이 사회 안팎의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들어 발생한 서울 서남부 부녀자 피살사건과 유영철씨의 살인행각 등으로 경찰수사력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는가 하면, 이어 발생한 강력계 형사 피살사건으로 경찰 공권력 회복 및 처우개선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 주민들에게 경찰은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일반 공무원들과 달리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법을 집행해야하기 때문에 양자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건 불가능하고 늘 어떤 식으로든 욕을 얻어먹을 수밖에 없다”며 “주민과의 유대관계를 통한 정보 수집은 업무상 꼭 필요한 일이지 막연히 경계심을 갖거나 무조건 불신하는 풍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최근 여론을 들썩이게 만든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경찰의 실상과 애환, 그리고 경찰에 대한 주민들의 바램 등을 살펴보기 위해 경찰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번 호에는 구로구민의 생활치안을 담당하는 순찰지구대 동행 취재를 통해 경찰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다음호에서는 경찰에 대한 주민들의 바람을 다뤄본다. <편집자 주>


- 매시간 평균 근무인력 20여명, 4개동 흝기도 역부족
- 빠듯한 한달 운영비, 심야근무자 야참 등 엄두 못내
- 취객과의 전쟁...공상처리 어려워 “상처 싸안고 근무”

#현장 1- “현장 출동 ”

“영화아파트 앞 주민신고. 아이가 차량에 부딪혀 실갱이 중”

지난 9일 월요일 밤 9시10분, 구로2동 주택가 일대를 순찰하던 구일지구대 소속 순찰차에 112지령실의 무전지령이 떨어졌다. 신고 현장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구로시장 일대를 돌던 나유한(3) 경장은 “순 000(순찰차 호수), 출발”이라고 짧게 답한 후 영화아파트 쪽으로 차를 몰았다.

1분 만에 도착한 현장에는 몰려든 주민 20여명이 에워싼 가운데 차량운전자와 아이 부모간의 고성이 한참 오가는 중이었다. 10초 간격으로 신고를 받은 또 다른 순찰차도 현장에 도착했다.

순찰차에서 경찰관이 내리자 차량운전자와 부모는 경찰관을 향해 저마다의 주장을 펼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글쎄, 안 부딪혔는데 다짜고짜 사람을 때리잖아요”, “아이가 아프다 잖아. 사과 없이 욕부터 한 게 누군데” 금세 주먹이 오갈 듯 좀처럼 상황이 진정되지 않자 나 경장이 중재역할에 나섰다.

“부모측 주장은 … 이고, 운전자측 주장은 …이죠. 자 여기서 합의하겠습니까? 아니면 지구대로 가서 정식으로 사건 절차를 밟겠습니까?”
나 경장의 5분여에 걸친 중재 끝에 쌍방은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조용히 순찰차에 올랐다. 신고접수 10분 만에 현장상황은 끝났다.

나 경장은 “요즘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도 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한데다 인심 또한 각박해져 경찰의 말이 조금만 한쪽에 치우치면 경찰을 공격하기 때문에 항상 쌍방의 입장을 칼 같이 정리해주고 흥분을 가라앉히는 게 현장에서의 최우선 조치”라고 말했다.

#현장 2- 근무환경 애환

지난 9일 본지 기자가 저녁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동행취재에 나선 구일지구대(대장 김두승 경감, 구로2동 소재)순찰현장. 구로1·2·4·6동을 관할하는 이곳에 하루 평균 접수되는 신고건수만 50여건에 이른다.

이곳에 근무하는 경찰인력은 3개팀 총 64명. 지난해 10월 기존 파출소 체제에서 순찰지구대 체제로 개편되면서 인근 4개 파출소 인력이 합쳐진 규모다. 64명이 팀별로 주간3일, 야간3일, 비번3일 등 9일 주기로 3교대 근무하는 탓에 매시간 평균 근무인력은 20여명 정도. 순찰장비로는 순찰차 4대와 사이카(경찰오토바이) 6대 등이 배치돼 있다.

지난 9일의 경우 야간근무조인 제1팀 18명의 대원 가운데 2인1조로 6명이 차량순찰을 돌고(차량 1대 고장수리중), 6명은 사이카(경찰 오토바이)로, 3명은 도보로 각각 순찰을 나가 남은 3명이 지구대 업무를 보고 있었다. 하루종일 쉼 없이 지역을 훑고 다녀도 1.898㎢에 이르는 4개동 전역을 담당하기엔 역부족인 셈. 주민들로부터 “경찰 보기 어렵다”라는 말을 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곳 지구대에 지원되는 한달 운영비는 총 690만원. 각종 세금 및 물품구입비를 제하고 나면 식비마저 빠듯해 지구대 한켠에 마련된 5평 공간에서 직접 밥을 해 먹는다. 야간 근무자의 경우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근무지만 저녁-아침 두끼 식사를 제외하곤 14시간 근무 내내 식사는커녕 별다른 야참거리 없이 보내기 일쑤다.

하지만 이같은 열악한 근무환경도 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위험천만의 돌출상황들에 비하면 그래도 견딜만한 편이다.

# 현장 3 - “취객들과의 전쟁”

같은날 밤 11시 50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로4동 구로동길 인근. 송 헌(33) 경장이 순찰차에서 내려 신고자를 찾고 있는 찰나 지나가던 한 취객이 송 경장을 향해 “맞짱 한번 뜨자”며 다짜고짜 덤벼들었다. 거친 욕설과 함께 휘두르는 주먹을 막느라 진땀을 흘리길 5분여. 취객은 돌연 줄행랑을 쳐 버렸다.

송 경장은 “민생치안을 위해 써야할 금쪽같은 시간을 이처럼 취객들을 상대하는 데 대부분 소요하고 있다”며 “경찰이 물리적으로 제압하거나 제제를 가할 경우 소란이 더 커지거나 후일 인권 시비로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기에 무조건 받아주고 타이르는 수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구일지구대에 따르면 하루 평균 발생하는 음주자 쌍방간의 소란·시비 건수는 10여건이상. 대부분 현장조치 되지만 심한 경우 본서로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뿐 아니라 순찰차만 보면 발로 차며 시비를 붙이는 취객, 지구대에 찾아와 술 한잔 하자며 억지 부리는 취객, 심지어 순찰차를 택시로 오해하고 도로에 뛰쳐나와 주행을 저지하는 취객 등 음주자의 행태 또한 각양각색이다.

지난 한달간 이곳에서 발생한 공무집행방해 사건도 모두 취객들에 의해 자행됐다.
이달 초에는 한 취객이 순찰 돌던 경찰차량을 향해 맥주 2병을 연이어 던져 운전석 유리창이 크게 파손되고 운전석에 타고 있던 최이문(?) 경사가 찰과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개를 조금만 앞으로 내밀었어도 크게 다칠 수 있는 위험천만의 상황이었다.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 현재까지 공무상재해(공상) 승인을 받은 경찰관은 모두 20명.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크게 다쳐도 치료비 일부만 공상으로 처리되는데다 공상 처리 판정까지 밟아야하는 절차과정이 복잡해 다치더라도 중상이 아닌 이상 실제로 공상 처리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구일지구대 제1소장 김강규(54) 경위는 “크게 다치지 않은 이상 보통 사비를 털어 개인적으로 치료를 한다”며 “공상 승인을 받기위해 제출해야하는 서류가 한 두 가지가 아닌데다 설사 승인을 받더라도 금액이 얼마 안 돼 보통은 상처를 싸안고 근무하며 자비로 병원 치료받기 일쑤”라고 말했다.
<송희정 기자>

주민에게 바라는 지구대경찰들의 바람----------------------------

“경찰은 거리의 판사, 믿어주세요”

구일지구대 소속 경찰관들로부터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들어봤다.
○ 김강규 경위 “경찰의 정당한 법집행이었다는 언론 보도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다. 경찰은 법을 입안하는 사람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거리의 판사인 셈이다. 경찰 업무의 특성을 이해하고 믿고 따라 달라”
○ 나유한 경장 “화재사건을 빼고는 모두 경찰에 신고하면서도 도무지 경찰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는 주민들이 많다. 경찰이 조금만 잘못 말해도 “너 돈 먹었지”라고 주민이 말할 때는 정말 일할 맛이 안 난다. 일을 처리해줬을 때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피로를 잊는 경찰임을 알아달라”
○ 송 헌 경장 “색안경 끼고 보지 말고 믿어달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누구도 이 직업을 선택한 이상 경찰 임무를 회피하지는 않는다. 제대로 원칙대로 일하고 있음을, 경찰도 감정을 가진 사람임을 이해해 달라”
<송희정 기자>misssong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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