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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62_ 동네밴드] 아빠들 '음악날개'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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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62_ 동네밴드] 아빠들 '음악날개' 달다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2.01.17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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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뭐있어? 머뭇거리지마! 저질러라! 맞서라!


 지난 2009년, 젊은 시절 못 다한 락밴드의 꿈을 중년이 되어서 이루어가는 코믹영화 "즐거운 인생"은 7080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며 도전을 주었다.


 "우리라고 못 할 쏘냐!"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모여 만든 밴드라 '동네밴드'.


 "나이 더 들기 전에 취미 하나쯤은 있어야하는데 뭐가 좋을까? 그래도 악기는 하나씩 다룰 줄 알아야 하겠지? 그러면 치매도 안 걸린다더라. 밴드 만들면 지역에서 공연이나 봉사도 해보자." 사석에서 나온 이야기가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마음은 아직도 이팔청춘이지만 손과 머리가 그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하는 연습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연습할 때는 실력이 늘었다, 쉬면 줄어드는 것도 난제였다.


 "모두 외워서 치는 거예요. 그것도 도레미파...가 아니라 1355 43512... 이렇게 숫자로 외우죠. 그래도 이제는 언제든 연주할 수 있는 곡이 10곡 정도는 됩니다."


 단지 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베이스를 맡았다는 하태한 씨(46,구로5동)는 악기는 다뤄본 적도 없고, 악보도 볼 줄 모른다고 털어놓는다. "밴드는 그 특성상 조화와 배려가 우선이에요. 다행히 저희 동네밴드 회원들은 이 두 가지를 잘 지켜가고 있어요." 여러 가지 어려움 가운데에도 밴드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을 귀띔했다.


 "얼마 전 생협 10주년 행사에 초청을 받았어요. 멋지게 시작은 했는데 드럼은 치면 칠수록 앞으로 이동을 하죠. 보컬이 1절 부른 뒤 마이크는 고장이 났지요. 그래서 드럼 따라 계속 이동하면서 연주하고 내려온 기억이 나네요."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조성현 씨(49,구로2동)는 하태한 씨 권유로 동네밴드에 합류해 기타를 맡았다. "일주일 내내 학생들과 지내다보니 또래 친구들 만날 기회가 점점 줄더라고요. 그런데 밴드를 하면서 동네 또래들과 연주도 하고, 연습 뒤 뒤풀이로 세상사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제겐 소중한 시간이지요." 공연마다 가족이 찾아와 응원을 하는 것도 큰 힘이다. 가끔 중학교 3학년인 큰 딸이 찾아와 베이스 연주를 같이 하면서 세대차도 극복한다.


 "매주 일요일 연습시간에 빠지지 않고 모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나 성실과 끈기를 가지고 참여하는 회원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낍니다." 드럼의 송창학 씨(50,구로3동)는 지역 축제나 행사에 초청을 받는 일이 많아지면서 실력을 길러 더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처음엔 열정만 가지고 멋모르고 했어요.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욕심이 생기지만 현실적으로는 연습시간이 뒷받침을 못해 주다보니 어렵네요. 그래도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밴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도전이 되겠죠?"


 IT사업을 운영하는 한광철 보컬 (48,구로2동)는 평소 운전하면서 음악을 많이 듣고 따라 부르고 곡을 해석하는 습관이 생겼다. "1곡을 연습해 마스터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공연할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행복함이 차올라요. 대중가요를 연주하는 일명 '카피밴드'지만 그만큼 관객에게 친숙해 반응이 뜨겁죠. 밴드하기 전엔 주말에 집에서 뒹굴거리며 텔레비전을 사수했는데, 이젠 주말저녁이 활기차고 신납니다."


 회원들 칠순잔치에 우리들이 연주를 해주자, 흰머리가 검은머리보다 많아질 때까지 연주하자는 등 회원들은 밴드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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