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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고용 방문간호사들이 이유있는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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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고용 방문간호사들이 이유있는 '메아리'
  • 송지현 기자
  • 승인 2011.11.07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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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어르신 건강 더 챙겨야 하는데..."

2월에 출근해 한 어르신을 찾아갔는데, 그 어르신이 얼마 안 돼 돌아가셨어요. 겨울 내내 건강관리를 받지 못하시다가 갑자기 건강이 나빠진 거죠. 우리가 자주 찾아뵙고 돌봐드리지 못해 생긴 일 같아 마음이 안 좋았어요."


 이계명 씨는 구로구 보건소가 진행하는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방문간호사다.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장애인, 65세 이상 홀몸 어르신 등 의료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 건강관리를 해드리는 사업으로 2007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다. 방문간호사들은 대상자들의 집을 방문해 혈압과 혈당을 재고 운동과 식단 관리를 돕는다.


 구로구에서는 5,844가구에서 7,752명이 방문간호사의 관리를 받고 있다. 각 동별로는 400명~600명에 달하며 방문간호사들은 하루 대여섯 집을 방문하고 있다.


 이계명 씨는 왜 2월에야 어르신을 찾아갔을까. 이유는 구로구 보건소가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만 방문간호사를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은 운동을 덜하게 되잖아요. 낙상 가능성도 높고, 혈압 당뇨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죠. 그래서 더욱 관리의 필요성이 높은데, 이 기간에는 방문간호사들이 없으니 더 힘들어하셔요."


 그나마 이계명 씨는 이 일도 한달 후인 12월 9일이면 그만둬야 한다. 지난해 2월부터 구로구 보건소에서 일해왔지만, 이들은 2년 연속 고용할 수 없는 계약직근로자로서 오는 12월이면 2년이 되기 때문이다. 아픈 곳, 쓰라린 곳 보듬어주며 정든 어르신들과도 이제 이별인 것이다.


 이계명 씨와 같은 방문간호사들은 구로구에서 14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올해로 2년차를 맞는 8명이 구로구 보건소를 떠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구로구청과 구로구 보건소가 1년 이상 연속 고용시 퇴직금, 호봉 상승 등으로 인해 예산이 추가로 든다며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고보조금으로 나오는 이들의 12개월치 인건비에서 10개월만 고용하고 나머지 2개월 인건비로 4대 보험료를 지급하는 변칙 고용을 해왔다. 여기에 24개월 이상 고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야 하기 때문에 구로구청과 구로구 보건소는 10개월짜리 고용도 2회 이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올해 구로구청은 구로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방문간호사의 업무공백에 따라 서비스를 받아야 할 주민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점 등을 지적받고 문제가 불거지자 현재 10개월 근무, 2개월 휴무 방식에서 매년 12개월 채용으로 변경하여 공백 없는 방문보건사업을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최근 발행한 행정사무감사 지적사항 처리결과 보고서에서 밝혔다.


 그러나 이 개선방법에 대해서도 방문간호사들은 행정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방문간호사들은 1년 후 퇴직금을 달라는 요구가 아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구로2동에서 방문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최종숙 씨는 "그동안 일하는 동도 매년 바뀌기 때문에 방문간호사들이 모든 주소를 새로 찾아야 한다는 것부터 낭비다. 게다가 어르신들이 겨우 마음을 열었는데 사람이 바뀌면 어려운 사연 다시 털어놓기 힘들다"면서 문제제기에 나섰다.


 최종숙 씨는 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 바란다'에도 글을 올려 "일 년이 다르고 한 달이 다른 노인 특성상, 그분들의 여러 정황을 잘 알고 있는 방문간호사가 해마다 바뀌는 것은 누가 봐도 비합리적인,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 이 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입니다"라고 밝혔다.


 진보신당 구로당원협의회 측은 "공공기관이 비정규직법을 악용해 복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늘 예산은 부족하다. 하지만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를 생각하면 이 사업의 동력인 방문간호사들의 질문에 대한 답은 명쾌하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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