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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음식점' 서초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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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음식점' 서초골
  • 송지현 기자
  • 승인 2011.10.31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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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디지털단지내 29개점포 연계...디딤돌 1호 거리산파역

  '아름다운 이웃 디딤돌' 사업은 지역의 상점, 업체가 지역 내 저소득 주민에게 필요한 도움을 직접 제공함으로써 지역문제를 해결하면서 서로 돕는 이웃을 만들어가는 사업이다. 지역의 소외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주민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구로구 지역의 디딤돌 기부업체는 8월말 현재 265. 식당, 안경점, 슈퍼, 한의원, 찜질방, 병의원, 미용실, 복덕방 등 다양한 업체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과 자산을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구로디지털단지역 2번 출구. 퇴근길 쏟아져 나온 디지털단지 직장인들이 삼겹살 한 점, 소주 한 잔에 꿈과 절망을 담아 풀어놓는 안식처들이 줄지어 서 있다.


 파전, 닭 한 마리, 삼겹살, 조개구이 등 그 다양한 간판을 내건 상점 수백 개가 모여 있는 이 한가운데 '서초골'이 자리하고 있다.


 서초골은 소고기, 돼지고기를 메인 요리로 점심시간에는 청국장,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파는 곳이다. 겉으로 평범해보인다고 그냥 골목길 삼겹살집, 음식점 정도로 보면 오산이다.


 이곳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아름다운 이웃 디딤돌' 사업이 구로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 채기덕(55, 신도림동 거주) 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10년 됐어요. 이걸로 밥 먹고 사니까 전 구로에 진 빚이 많은 거잖아요. 당연히 빚 갚아야겠다 생각한 거죠."


 평소 알고 지내던 구로구청 김현숙 서비스연계팀장이 찾아와, '디딤돌 사업하는데 동참해달라'는데,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거절은 커녕 그날 이후 채 사장은 발 벗고 나서 인근 음식점과 가게 등을 디딤돌 업체로 소개했다.


 "구로디지털단지 상인들 모임인 '구상회' 활동이 도움이 됐죠. 모두들 흔쾌히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채 사장이 소개한 디딤돌업체가 27곳에 달했다. 채 사장이 발 벗고 나선 덕분에 '서초골'이 있는 골목길은 지난 7월 구로구 1호 디딤돌거리로 선정, '파닭거리'로 명명됐다.


 서초골은 화원종합사회복지관(구로2동 소재)과 연계를 맺고 두 달에 한 번씩 복지관 어르신들에게 갈비탕과 같은 음식을 대접한다. 채 사장으로서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지만, 가장 정성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갖고 있는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 좋아요. 안경점은 눈이 어두운 어르신들 안경 맞춰드리고, 미용실은 머리를 다듬어주고, 한약방은 어르신들에게 침을 놔주고…. 저는 가장 잘하는 게 음식이니 당연히 음식을 대접해야죠."


 채 사장의 성실함과 노력 봉사는 이미 구로3동에 널리 퍼져있다. 구로3동 복지위원이자, 주민자치위원도 모자라 자원봉사협력단장까지 맡고 있어 봉사라면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이 정확하다.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봉사를 하고 이웃에게 나누면서 내가 겸손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알게 되니 저에게 더 큰 행복이죠."


 요즘 경기침체로 장사가 잘 안되지만,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한다'는 신조를 가진 채기덕 사장은 다음 주로 다가온 장애인단체 농촌체험봉사 준비를 위해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어느새 전화기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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