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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84] 엄마 아빠의 사랑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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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84] 엄마 아빠의 사랑이 필요할 때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7.18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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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때로 아이가 유난히 보채고 요구가 많을 때가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울지 않고 떼도 쓰지 않았을 일인데 걸핏 하면 울고 고집 피우고 우기고 그럴 때가 있습니다. 요즘 미루가 그렇습니다. 꽤 오래 갑니다.


 "아빠, 오늘 야간 보육 하지마." "응." "간식만 먹으면 곧 바로 와. 알았지?" 아이가 간식 먹는 시간이 아마 4시 조금 넘어서 일겁니다. 그 시간까지 어린이집에 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간식 먹고 쪼금 지나면 미루 데리러 갈게."


 서둘렀지만 5시가 넘었습니다. 일 하다 말고 일찍 나온 건데 어린이집에 가니 미루 눈이 퉁퉁 부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미루가 간식 다 먹었는데도 아빠가 안 온다고 하면서 엉엉 울었어요" 합니다. "아무리 달래도 30분 넘게 훌쩍훌쩍 울었어요."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울지 말라고, 좀 보채지 말라고 하는 건 효과가 없습니다. 그 보다는 꼭 안아주고, 또 안아주고, 달래주고, 뽀뽀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쏟아 부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다 쏟아부어주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는 게 힘듭니다.


 "미루야, 아빠가 늦어서 미안해." "난 아빠가 또 안 오길래 오늘도 야간 보육하는 줄 알았어." "정말 미안해. 최대한 빨리 오려고 했는데 결국 약속을 못 지켰네." "괜찮아. 우린 같은 식구잖아." 어디 드라마에서 본 듯한 대사를 읊어댑니다.


 하여튼 미루한테 무조건 잘해주기를 하루 동안의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미루야, 너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응. 불량과자 먹고 싶어." "너 지난번에 식품안전교육 받고 나서 불량과자 안 먹기로 했다면서." "오늘 한 번만." "그러자. 오늘은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자."


 "아빠, 나 라면 먹고 싶어." "너 라면 매워서 별로 안 좋아하잖아." "안 맵게 끓여줘." "그러자."
 "아빠, 나 톰과 제리 보고 싶어." 인터넷으로 다운 받은 게 있는데 1시간 30분이 넘는 분량입니다. "그래. 보자." "아빠랑 같이 보고 싶어." "그러자." 1시간 30분 동안 대사도 별로 없는 만화를 보는 게 쉽진 않았지만 미루 옆에서 미루랑 같이 웃고 같이 놀라고 같이 박수 치면서 만화를 봤습니다.


 "아빠 인제 우유 마시고 싶어." "없는데." "사러 가자." "그래, 우유 사자. 또 다른 건 뭐 살 것 없어?" "응." 대답은 이렇게 해 놓고 막상 슈퍼에 가자 이것 저것 고릅니다. "아빠 별 모양 떡 사고 싶은데." 별 걸 다 먹고 싶어 합니다. "그래, 사자."


 아이가 해달라는 걸 무조건 해주는 게 좋은 건 아닙니다. 규칙과 약속을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고 꼭 필요한 것에 한해서 해주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한참 커서 사춘기가 오기 전이라도 아이 마음이 심란할 때 하루쯤은 이렇게 해서 아이 마음을 풀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미루 표정이 아주 밝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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