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9 09:55 (월)
[육아일기 83] 혹시 급성장 시기?
상태바
[육아일기 83] 혹시 급성장 시기?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7.04 1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미루가 부쩍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아빠, 나 공룡 비디오 조금만 보면 안 될까?" "미루야, 텔레비전 너무 자주 보면 안 좋대. 그러니까 딴 거 하고 놀자." 단지 이 말만 했을 뿐인데 미루 눈이 빨개집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미루야, 왜 그래?" "아빠가 꼭 화가 난 것 같아." 결국 공룡 비디오를 봤습니다.


 "아빠, 나 인제 공부할 건데, 작년에 꽃님반 할 때 공부했던 그 책 좀 찾아 줘봐." "니 책 니가 찾아." "나 못 찾겠어. 금방 찾아봤는데" "그러니까 잘 보관해야지, 니가 찾아봐." 절 빤히 쳐다보는 미루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너 왜 울어?" "아빠 말이 맞긴 한데…. 근데…, 근데…" 눈물이 떨어집니다.


 "아빠 책 4권 읽어줘." "미루야, 아빠 힘드니까 두 권만 읽자. 글고 너 지금 고른 책도 너무 길잖아. 읽는 거 힘들어." 제가 먼저 짜증을 내는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이렇게 얘기하자 미루는 "알았어"하면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합니다.


 침대에 나란히 앉아서 책을 읽을 준비를 합니다. 벽 쪽에 붙어 누워있던 미루가 몸을 휙 돌리다가 저랑 부딪혔습니다. "아!" "아빠 괜찮아?" "응, 근데 조심 좀 해줘. 아빠 힘들어." "응, 알았어…, 흑흑" 또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너 왜 울어?" "그냥, 아빠가 아플까봐, 미안해서."


 책을 다 읽었습니다. 불을 껐습니다. 미루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누워있던 미루 엄마가 잠자기 싫어하는 미루한테 이런 저런 얘기를 합니다. 그러다 롤러코스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게 뭐야?" "응, 기찬데 이렇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슁슁 달리는 거야." "정말?" "너, 그거 탈 수 있어?" "응, 안 무서워." 거기까진 좋았습니다. 그랬는데 말이 끝나자마자 미루는 다리를 굽혔다 펴면서 몸을 침대 머리 쪽으로 확 움직였습니다. 미루 머리와 제 눈이 또 쾅하고 부딪혔습니다. "악!" 비명 소리를 듣고 미루는 또 울기 시작합니다.

너무 너무 서럽게 울면서 "미루 너 머리 아파서 우는 거야?" 하니까 "아니, 아빠가 아플까봐, 너무 미안해서 우는 거야" 합니다.


 저녁 시간 동안 벌써 몇 번째 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눈물만 많아진 게 아닙니다. 어린이집에서 분명히 저녁을 먹고 왔는데 배고프다고 난리입니다. "복숭아 줄까?" 몇 개를 먹어댑니다. "나 아직도 배고파." 자기가 히딩크 감독인 줄 압니다. "소시지 줄게" "치즈 먹어라." "여기 생협 과자도 있다."


 감정이 예민해지고, 자꾸 뭘 먹는데다 최근엔 발목이 아프다 배가 아프다 온갖 곳이 아프다가 말다 합니다. 생각해보니까 혹시 지금이 급성장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갓난아기일 때야 3주, 6주, 9주 등에 찾아오는 급성장시기를 감안하지만 6살짜리 아이한테 그걸 계산할 생각은 당연히 안 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 때인 것 같습니다. 이럴 땐 "요즘 애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할 건 아니고 이렇게 얘기해야 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조금만 참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