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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81] 아빠 무서워서 잠 못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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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81] 아빠 무서워서 잠 못자겠어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6.13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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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나 무서워서 잠을 못 자겠어. 자꾸 무서운 꿈 꿔." 요즘 미루가 가끔 밤에 너무 무서운 꿈을 꿔서 못 자겠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저 어릴 때도 가끔 무서운 꿈을 꾸고 나서는 꿈을 깨도 그 여운이 사라지지 않아서 계속 무서웠을 때가 있었습니다. 아이 때는 꿈과 현실이 막 헷갈리기 때문에 그럴 때가 많다고 합니다.


 미루는 한 열흘 사이에 두세 번이나 울면서 잠을 깼습니다. 그러더니 하루는 묻습니다. "아빠, 꿈에 공룡이 나타나서 자꾸 나를 물어. 그래서 못 자겠어." "그래? 그럼 아빠가 도와줄게." "아빠도 같이 물리는데?" "인제, 아빠가 공룡을 물리쳐버릴게." "어떻게?" "아빠는 꿈속에서 항상 날아다니거든. 슈퍼맨처럼. 그리고 힘도 세. 그러니까 공룡이 나타나면 막 날아가서 공룡을 확 들어다가 던져버릴게." "진짜? 아빠는 어떻게 날아?" 아빠가 어떤 방법으로 나는지, 공룡이 무거운 데 어떻게 들 건지, 들어서 어디다 던질 건지 등등 그 이후에 미루는 계속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귀찮았습니다.


 "엉엉." 또 울면서 깹니다. 이번엔 너무 너무 서럽게 웁니다.
 "미루야, 또 무서운 꿈 꿨어?" "응. 공룡이...흑흑" 진짜 공룡이 나타났나 봅니다.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계속 뚝뚝 떨어집니다. 이불 속에 머리를 파묻고 웁니다. "미루야, 많이 무서웠구나." "응, 공룡이 나를..흑흑..막 쫓아왔어." 눈이 벌개져서 울면서 겨우 말을 이어가던 미루는 저를 원망 섞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이럽니다. "근데 아빠는 꿈속에서 못 날더구만. 슈퍼맨처럼 난다면서. 엉엉"


 이런, 할 말이 없습니다. 왜 못 날았는지 변명을 늘어놓으려다가 그냥 무조건 위로를 해줬습니다.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많거나 무서운 일을 당할 때면 밤에 자주 무서운 꿈을 꾼다고 합니다. 푹 자야 쑥쑥 클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낮에 스트레스가 없어야 한답니다. 미루가 요즘 무슨 스트레스가 있나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으앙~~" 새벽녘에 또 미루가 웁니다. 돌아누워서 미루를 꼭 껴안아줬습니다.
 "미루야, 또 무서운 꿈 꿨어?" "엉엉, 아빠! 아빠!" "응, 아빠 여깄어." "있잖아. 있잖아." "응, 말해 봐. 무슨 무서운 꿈 꿨는데?" "아빠가...아빠가.." 그러더니 한참 동안 말을 못 합니다. "아빠가 어떻게 됐는데..." "아빠가...... 죽었어."


 윽, 미루를 위로해줘야 하는데 기분이 별로 안 좋습니다. 저도 잠결인데 제가 죽었다고 하니까 무섭고 기분이 완전히 안 좋습니다. 한 5초 쯤 가만히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미루를 위로해줬습니다.


 "미루야, 아빠는 미루랑 백년 천년 같이 살 거니까 걱정 마.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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