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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78]잠자는게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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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78]잠자는게 무서워요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5.16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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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펭귄불 키자."
 잠만 자려고 하면 미루는 펭귄불을 켜달라고 합니다. 아이가 밤에 캄캄한 걸 무서워합니다. 자야 하는데도 자꾸 불을 끄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고심 끝에 산 게 펭귄 모양의 작은 등입니다.


 "미루야, 캄캄하면 무서워?"
 "응."
 "왜 무서워?"
 "막 공룡 그림자가 보여."
 "야! 그건 펭귄불 키니까 옷에 비춰서 공룡처럼 그림자가 생기는 거잖아."


 밤마다 빨래를 넌 빨래대를 안방에 가져다 놓습니다. 그래서 펭귄불을 켜면 빨래 그림자가 천정에 만들어지는데 이게 가끔 공룡이 되기도 하고 구름이 되기도 합니다. 펭귄불을 안 켜야 그림자도 안 생기지만 미루는 어쨌든 캄캄한 게 무서우니까 온갖 이유를 갖다 붙입니다.


 근데, 엄마는 펭귄불이 켜져 있으면 잘 못 잡니다.
 "미루야, 저 불 안 키면 안 돼?"
 "응, 무서워." 밤마다 실랑이가 계속됩니다.


 하루는 미루가 자다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막 웁니다. "엄마, 엄마아아아~~" 침대에서 같이 자고 있던 저를 넘어서 침대 밑에서 따로 자고 있는 엄마에게 갑니다.


 "응, 우리 미루 왜 그래? 무서운 꿈 꿨어?"
 "응, 무서운 꿈 꿨어. 공룡이 막 쫓아 왔어."
 그렇게 잠이 깬 미루는 또 한참을 안 잤습니다. "무서워서 못 자겠어. 자면 또 공룡이 쫓아올 거 아냐. 흑흑." 눈물까지 흘립니다.


 미루를 꼭 안아줬습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성인이 된 다음에도 방에 혼자 있으면 무서울 때가 있었습니다. 구석에서 누가 쳐다볼 것 같고, 거울을 보면 나 말고 다른 사람하고 마주칠 것 같습니다.


 이러니 미루 같은 6살짜리 아이가 캄캄한 걸 무서워하는 건 당연합니다. 아이가 무서워할 때는 그 감정에 최대한 공감해주고, 무서워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미루야, 아빠가 미루 꿈속에 들어가서 공룡 쫓아낼게"
 "정말?"
 "응."
 "아빠가 공룡한테 지잖아."
 "아니야 안 져. 걱정 말고 자. 아빠가 공룡이 못 쫓아오도록 할테니까."
 "근데 아빠가 어떻게 꿈속에 들어와? 그냥 잘 거면서."


 애가 크니까 인제 이런 게 설득력이 없습니다.
 "미루야, 그냥 자면 안 되냐?"
 결국 미루는 그날 한참 잠 못 자고 뒤척이다가 나중에는 배까지 고프다고 했습니다. 뭘 좀 먹인 다음 토닥토닥 달래서 재웠습니다.


 "아빠, 나 무서운데 불 안 끄면 안 돼?" 또 밤입니다. 이제 귀찮습니다.
 "그래, 알았어. 불 끄지 말자. 대신 아빠는 잘테니까, 미루도 옆에 있다가 자고 싶을 때 자. 알았지?"


 사실 불이 켜져 있으면 아이가 무서워하진 않지만 잠을 자는 데는 지장이 생깁니다. 잠을 잘 자야 아이가 쑥쑥 자라고, 낮에 배운 것들도 머릿속에 차곡차곡 잘 정리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잘 안아주고, 잘 달래준 다음 같이 잠이 드는 게 맞습니다. 이론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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