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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77] 호기심을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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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77] 호기심을 '쑥쑥'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5.09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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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랑 놀이터에 놀러 갔습니다.
 "아빠, 나 저기 가서 놀래."
 모래밭으로 뛰어가더니 쪼그리고 앉아서 모래로 산을 만듭니다. 손으로 모래를 끌어 모아 산을 점점 크게 만듭니다. 지나가는 아이가 미루가 노는 게 재밌어 보였나 봅니다. 미루 옆으로 와서 모래를 한 움큼 쥡니다.


 "모래 만지지마! 더러워!"
 뒤에서 엄마가 뭐라고 합니다. 아이는 아쉬운 표정을 짓고 일어나서는 금세 기분을 풀고 미끄럼틀로 달려갑니다. 미끄럼틀에서 주루룩 미끄러져 내려온 아이는 땅바닥에 기분 좋게 뒹굽니다. 엄마가 득달같이 달려왔습니다.


 "어휴! 너 정말 왜 그러니! 더럽잖아."
 엄마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그 아이는 이후에도 계속 비슷하게 행동하고 엄마는 아이를 졸졸졸 쫓아다니면서 말렸습니다. '더럽다', '하지 마라', '얘가 도대체 왜 이래.' 같은 말을 계속 했습니다.


 아이가 그러는 건 그렇게 팔과 다리와 몸을 써서 뒹굴뒹굴 노는 게 재밌어서이기도 하고, 모래는 어떤 느낌일까 모래로 산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몸을 바닥에서 굴리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엄마가 옆에서 졸졸 따라다니면서 말리면 아이의 호기심이 충족될 리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호기심 덩어리입니다. 위험한 일만 아니면 말리기보다는 권장하는 게 좋습니다.


 주말 농장에 갔습니다. 호기심이 넘치는 미루는 역시 주말 농장에서도 자기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미루야 뭐해?"
 "......" 대답도 안 합니다.
 "미루야! 뭐 하는데?" "응, 땅굴 파고 있어. 지나가는 늑대 빠지라고." 밭고랑에 주저앉아 뭔가를 한참 하는 것 같더니 보니까 함정을 파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뭐가 나타났습니다.
 "아빠!!! 이것 봐. 지렁이다!" 지렁이가 나타났습니다. 지렁이. 징그럽습니다. 좋은 밭이라서 그런지 크기도 엄청 큽니다. 태연한 척 말했습니다. "어, 정말 지렁이네." 미루는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한참 쳐다보더니 한 손으로 지렁이를 집었습니다.


 "윽." 소름이 돋습니다. 저는 지렁이, 징그러워서 못 잡는데 미루는 아직 그런 거 따질 나이는 아닌가 봅니다.


 지렁이를 들어서 이리 저리 살핍니다. '징그러워, 버려.' 이렇게 얘기하고 싶지만 그건 미루의 호기심을 막는 짓입니다.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이야, 미루야. 지렁이 신기하다 그치?" "응"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미루는 이제 지렁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렁이는 눈도 없고 코도 없어서 어떻게 살아?"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가끔 어른이 잘 모르는 어려운 질문도 합니다. 대충 아무렇게나 대답했습니다. 주말 농장에서 돌아오는 길. "아빠, 근데 꽃은 눈이랑 코가 왜 없어?" 또 어려운 질문입니다. 최근에 개나리, 벚꽃 같은 걸 미루랑 잔뜩 봤었습니다. 꽃을 한 참 쳐다보다가 꽃 속의 수술과 암술 같은 걸 가리키면서 "이게 눈이랑 코야?"라고 물어봤었는데, 그 생각이 났던 모양입니다. 호기심은 열심히 권장하는 게 좋습니다. 대신 부모는 그 호기심에 열심히 적응하고 반응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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