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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32] 주말마다 산의 향기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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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32] 주말마다 산의 향기에 취하다
  • 송지현 기자
  • 승인 2011.04.18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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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미 산악회
· 회장  안창현           ·운영위원장   황희준         ·총무   심재길   ·부총무 조성수 
·산악대장   장승희    ·부대장   김복항, 류종수
·회원   김기상 김석관 김은숙 송은주 오경의 이관구 이성규 이수정 최석환 최홍

 지난해 10월 결성된 도야미산악회는 신도림동 안동네 자영업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생긴 지 7개월밖에 안된 신생 산악회지만, 그 조직의 힘은 10년 이상된 산악회 못지않다.


 "회원만 모이는 게 아닙니다. 회원들이 부부동반으로 오기도 하고, 동네 지인들도 함께 오죠. 어디서 소문 듣고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어느 새 입소문이 나서 동네 주민들도 많이 찾아와요. 가끔 오는 사람들도 어색하지 않고 즐거운 게 등산 아닙니까."

 초대 회장을 맡아 신생 산악회를 무리없이 이끌고 있는 안창현(54) 회장은 한달 회비 3만 5천원을 내는 정회원은 17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매달 함께 산행에 나서는 식구는 대형 관광버스 한 대는 늘 꽉 채우고 두 대까지 불러야할 때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신도림동만 해도 동네산악회가 5~6개가 있을 정도라는데, 이들이 산악회를 만든 이유는 너무 엉뚱하기까지 하다. "산에 다니려고요."

 산악회가 당연히 산에 다니는 모임인데 무슨 말인가 싶지만, 산악회 창립을 제안했던 황희준(52) 운영위원장의 말에 답이 있다. "동네 산악회가 자꾸 정치적인 줄 만들기, 정치인 산하 조직처럼 변해가는 게 싫었어요. '산만 다니는 친목 산악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정치적 생각 차이는 중요하지 않은 산악회 활동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온 지인들이 그렇게 모임을 만들었다. 산악회를 만든 사람들은 신도림 안동네에서 수십년을 한솥밥 먹는 사이처럼 친하게 지내온 이들이다. 도야미산악회를 만들기 전에는 다른 산악회에서 같이 산에 다닌 사이도 있고, 족구동호회에서 만난 사이도 있다. 이웃 공장사촌, 상가번영회 회원, 개인적 친목단체 등 회원들의 관계망 교집합이 촘촘한 사람들이다. 당연히 자주 볼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한 달에 한번 산에 가는 것이 가족 나들이 가는 모양새다.


 심재길(50), 조성수(44) 회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먼저 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다가 부부 산악회 회원이다. 또 산악회 총무도 함께 맡고 있다. 신혼도 아닌데 주말 산행까지 붙어있고, 머리 맞대고 산악회 일까지 챙기는 일이 즐겁기만 할까 싶지만 이들 부부는 그저 활짝 웃을 뿐이다. 아내인 조성수 총무는 "평소 스트레스 받다가도 산에 다녀오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함께 하면 두 배로 좋아지는 거 아녜요?"라고 말한다.


 즐거운 산행을 위한 도시락 준비는 기본. "전문 산악인처럼 프로는 아니지만 산에서 느끼는 감동은 그에 못지않아요. 산도 좋고 함께 하는 사람들도 좋으니까 그렇겠죠. 산에서 먹는 도시락은 어렸을 적 친구들끼리 장난치며 먹는 느낌이지요"라는 류종수(43) 산악부대장은 의외로 도시락을 한 번도 싸간 적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숟가락만 챙겨가요. 다들 넉넉히 싸오니 아까울 것 없이 나눠먹어요. 특히 식당 운영하는 회원이 있어 먹을 것 걱정은 없다니까요."


 도야미산악회는 구로의 한 지역아동센터를 후원하고 있다. 산악회 회비에서 후원도 하지만 회장을 비롯해 몇몇 회원은 개인후원도 마다하지 않는다.


 "직접 가보니 환경이 썩 좋아 보이지 않더라고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고, 교사들도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을 텐데 그것을 포기하고 일하는 교사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어 후원하기로 했죠."


 신도림동의 옛이름 '도야미리'를 산악회 이름으로 지을 정도로 신도림동을 뿌리삼아 살아가는 산사람의 넉넉함 때문일까. 신도림동 저녁노을이 유난히 아름다운 데는 이유가 있다.


 도야미산악회는 매달 셋째주 일요일 오전 7시에 신도림동 주민센터 앞에서 산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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