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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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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의 진수
  • 정경미
  • 승인 2002.04.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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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난소암 판정을 받고 현재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해 있는 말기 암환자 이명숙(59)씨.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96년 유방암 수술을 받고 또다시 찾아든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그의 따뜻한 마음은 식을 줄 모른다.

이 씨는 최근 자궁융모상피증으로 입원한 환자 가효숙(여, 21)씨에게 작은 사랑의 힘을 보여줬다. 형편이 어려워 자신의 병보다 병원비로 더 고통스러워하는 가 씨의 딱한 사정을 옆에서 지켜본 이 씨가 선뜻 100만원을 내놓으면서 시작된 일이다. 이에 병동 식구들도 이 씨의 행동에 감동 받아 정성을 보탰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그렇게 모은 200여만원을 입원비로 써달라며 가씨 몰래 병원 측에 전달했다.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필요하다면 마땅히 그 사람을 위해 써야죠. 형편이 넉넉한 것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조금이라도 낫지 않겠어요?"

언제 어느 때 찾아들지 모르는 죽음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으면서도 이 씨의 얼굴에는 환한 사랑의 빛이 감돈다.

이 씨는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 하다. 햇빛이 따뜻해지면서 밖을 보는 시간도 잦아 졌다.

"작년 이맘 때 쯤 남편과 함께 8박7일로 남해안 일주를 했었어요. 다시 가고 싶네요. 갈 수만 있다면... 병실은 너무 갑갑해요"

기약 없는 병실생활에 지칠 법도 한데 이 씨의 마음은 벌써 '봄 외출 준비'에 한창이다.

2남1녀중 큰 아들과 작은 딸은 미국 이민을 갔고, 막내 아들은 장교로 군 생활중 이다. 그래서 현재 이 씨 옆에는 남편 이종택(60)씨가 24시간 지키고 있다. 그래서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이 씨와 함께 30년 넘게 해왔으며 지금 두 부부의 경제적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는 "슈퍼마켓"도 접은 상태다.

"남편이 옆에 있으니까 희망을 잃을 수가 없어요. 얼마나 '마음의 힘'이 되는지 몰라요. 한 두 번도 아니고... 그냥 미안할 뿐이죠."

다시 건강을 되찾게 되면 사회봉사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이명숙씨. 그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꾸준한 '사랑의 실천'운동을 펼치면서 자신에게도 찾아들 사랑의 기적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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