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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57] 감정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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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57] 감정응원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0.11.08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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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과 배려의 상관관계

 미루를 씻기고 있는데 문득 말을 겁니다.
 "아빠 난 연극만 보면 울어."
 "그래? 어린이집에서 연극 봤어?"


 "응, 지난번에." 안 그래도 겁이 많은 미루가 또 연극에서 무슨 무서운 장면을 봤나 싶습니다.
 "뭐 무서운 사람이 나왔어? 연극에서?" "아니 그건 아니고 … 아빠, 무서워서 울면 바보야?" "아니. 무서우면 울 수 있지." "근데 왜 무서워서 우는 데 바보라고 그래?"
 미루는 캄캄한 극장을 좀 못 견딥니다. 사방이 캄캄해서 무섭답니다. 늑대가 나타날까봐.


 얼마 전에도 어린이집에서 연극을 보러 갔다가 캄캄해서 울었더니 아마도 누군가가 울면 바보라고 한 모양입니다.


 "미루야 누가 울면 바보라고 그랬어?"
 "응, 연극하는 사람이 마이크 이렇게 잡고 말했어. 무섭다고 울면 바보라고."
 "그래? 근데 미루야 무서우면 울 수 있는 거야. 바보 아냐. 그렇게 말하면 아빠도 바보게? 아빠도 슬픈 일 있으면 맨날 울잖아."


 "맞아, 아빠. 슬프면 울 수 있는 거지. 무서워도 울 수 있는 거고. 그게 잘못은 아니지이?"
 "그럼, 절대 잘못 아냐. 바보도 아니고."
 "근데 연극하는 사람이 울면 바보라고 그랬어. 나 바보 아니지?" 방금 전에 했던 말을 또 합니다.
  "그럼! 미루 바보 아냐."
 편을 들어주니까 말이 쏟아집니다.


 "사람은 기쁠 때도 울고, 행복할 때도 울 수 있는 거지. 슬플 때도 울고 무서울 때도 울고." "그렇지" "나는 내 자리 위에 불이 켜졌으면 좋겠는데, 꼭 연극하는 데 위에만 불이 켜져. 그래서 내 자리는 너무 깜깜해서 막 울었거든. 근데 나한테 바보라고 했단 말이야."


  "그래? 그 아저씨 정말 나쁘다."
 "아줌마 목소리였는데?"
 "그래? 그 아줌마 정말 나쁘다. 무서워서 우는 건 잘못하는 일도 아니고 바보 같은 일도 아냐. 앞으로도 울고 싶을 때는 그냥 울어. 알았지?"


 샤워를 시키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동안 미루는 계속해서 무서워서 우는 게 잘못은 아니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맞습니다. 무서워서 우는 건 잘못이 아닙니다. 그런 걸 잘못처럼 취급해서 감정 표현을 억누르는 게 오히려 잘못된 일입니다. 감정이 풍부하면 풍부한 대로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대로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잘잘못의 잣대를 갖다 댈 게 아니라 감정을 감정 그대로 인정하고 응원해줘야 합니다. 웃음도 많고 울음도 많은 아이는 그 만큼 세상을 더욱 풍부한 감수성으로 바라볼 줄 알게 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이나 배려, 소통도 감정이 풍부한 아이가 더 잘 합니다. 자기 감정을 억누르지 않아야 자기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능력도 생깁니다. 무서울 땐 실컷 울게 하는 게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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