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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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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55]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0.10.12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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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집안에 일이 있어서 고모를 만났습니다. 미루한테는 고모할머니입니다. 고모는 성격은 좋은데 아이들한테는 엄하게 하는 편입니다. 이리 저리 식당을 휘젓고 뛰어다니는 미루를 부릅니다. "미루 너 이리 좀 와봐."
 

  천진난만한 얼굴로, 머리엔 땀이 가득 배여서 미루가 뛰어 옵니다.
 "너 이리 와봐." "왜요?" "어른이 부르는데 왜요는 무슨 왜요!" "......"
 

자기를 똑같은 동등한 사람으로 대하던 엄마 아빠만 만나다가, 아이 취급하는 어른을 만나면 미루는 이렇게 말이 없어집니다.

 "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조금 생각하더니 대답합니다. "엄마 아빠 다 좋아요." "그래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엄마, 아빠가 둘 다 좋아요." 제가 옆에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는 얼굴로 고모는 미루에게 좀 더 다가가 속삭입니다. "그러니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미루도 똑같이 작은 목소리로 얘기합니다. "아빠, 엄마가 다 좋아요."

 고모 목소리가 커집니다. "그래도, 둘 중에 더 좋은 사람이 있을 거 아냐! 누구야 더 좋은 게!" "아빠 엄마 똑같이 다 좋아요."

 어릴 때부터 육아를 분담해서 그런지 미루는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더 좋다는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늘 엄마와 아빠를 똑같은 비중으로 이야기합니다. 얼마 전에 미루가 집에 있는 소파 팔걸이 위에 올라서더니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한참 노래를 부르던 미루는 "우리 아빠 꿈속에 오늘 밤에 나타나~" 부분에서 "우리 엄마 아빠 꿈속에 오늘 밤에 나타나~"로 바꿔 불렀습니다. 운전을 하고 가면서 자주 듣는 테이프가 있는데, 거기 있는 노래 중에 아빠가 두 번 밖에 안 나온다고 투덜거린 적도 있었습니다.

 "너 정말 엄마 아빠 둘 다 좋아? 이놈의 자식! 솔직히 말 안 해!" 고모가 거의 다그치듯이 말했습니다. 미루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아빠 다 좋단 말이에요."

 엄마가 더 좋은지 아빠가 더 좋은지를 묻는 건 별로 권장할 일이 아닙니다. 부모 중에도 가끔씩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별 의미 없는 질문입니다. 아이는 아빠 엄마가 똑같이 좋은데, 그 중에 누군가를 골라야 한다는 게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그보다는 엄마 아빠가 서로 경쟁적으로 아이를 예뻐해 주는 일이 훨씬 중요합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는 다른 사람이 아무리 강압적으로 물어봐도 "엄마 아빠가 똑같이 좋다"고 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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