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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의 육아일기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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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의 육아일기 54]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10.0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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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돈벌러 가?

 "어린이집 가기 싫어!" 요즘 미루가 아침에 일어나면 늘 하는 소리입니다. 이런지 좀 됐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공감도 해주고, 설득도 하다가 최근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미루야, 아빠랑 엄마가 나가서 돈을 벌어야 미루 맛있는 것도 사주지. 아빠는 미루랑 하루 종일 같이 놀고 싶지만 그러면 돈을 못 벌잖아. 그렇게 되면 미루 맛있는 것도 못 사주고."


 "아빠 나 저 장난감 사줘." 덩치가 커져서 이제 자기는 탈 수도 없을 자동차를 미루가 자꾸 사달라고 합니다. 어떤 아이가 구로역 광장에서 타는 걸 보더니 부러웠던 모양입니다. "미루야, 아빠는 가난해서 저런 차는 못 사줘. 비싸 보이는 걸."


 이 두 가지 일이 있은 후로 미루가 '집안의 형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아침에 출근할 때면 "돈 벌러 가?" 이렇게 물어봅니다. 지난 추석 때 만난 친척이 뭔가를 "아빠한테 사달라고 그래"라고 말하자 "우리는 가난해서 그런 거 못 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미루를 데려오는 데 문득 이럽니다. "아빠, 엄마아빠는 꼭 필요한 만큼 돈이 있다면서 왜 맨날 돈 벌러 나가?" 얼마 전에 미루 엄마가 미루에게 '우리는 꼭 필요한 만큼만 돈이 있다. 그래서 부자라고 할 수는 없고 사실 가난하지만 그래도 미루랑 아빠랑 엄마 셋이 서로 사랑하니까 마음의 부자다.' 뭐, 이런 식의 얘기를 하는 걸 들었었는데 미루도 그게 기억이 난 모양입니다. 그런데 미루 질문을 듣고 보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합니다. "매일 돈 벌러 나가는 게 이상해?" "응, 엄청 웃겨."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정말 그렇습니다. 돈이 필요한 만큼 있다면 더 이상 돈을 벌 필요가 없는데 매일 돈 벌러 나간다고 하니 이상할 법 합니다. "그렇게 매일 돈 벌러 나가니까 내가 매일 어린이집 갈 수 밖에 없지이."


 '매일 돈을 벌어야 겨우 필요한 만큼이 생겨.'라고 말하려다 말았습니다. 더 하고 싶은 얘기도 있지만 참았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비슷한 처지라는 이야기,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돈이 있는데도 계속 재산을 불리는 것 말고는 인생의 다른 꿈을 꾸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얘기. 이런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그 보다는 일 때문에 낮 시간은 고사하고 밤마다 10시까지 연장보육하는 날이 태반이라서 아이한테 미안합니다. 엄마아빠 둘 다 있을 때 미루가 방방 뜨는 게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오늘 따라 아이한테 참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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