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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52] 놀이와 근육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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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52] 놀이와 근육발달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0.09.14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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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한 살 더 먹으면 이렇게 돼?" 손가락 6개를 펴 보이며 미루가 묻습니다. "응." "그러면 여기서 2살 더 먹으면?" "그럼 8살 되지. 8살이면 학교 가는 나이야." "학교? 나 학교 가기 싫어."


 지난 번 언젠가는 학교에 빨리 가고 싶다고 하더니 이젠 학교 가기 싫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글씨 쓰는 게 싫답니다. 

 미루처럼 5살 정도 된 아이들 그 중에서도 남자아이들은 지금 한창 몸의 큰 근육들을 발달시킬 나이입니다. 대신에 소근육은 좀 천천히 발달하는데 그래서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글씨 쓰기나 가위로 오리기, 종이 접기 같은 건 좀 힘들어 할 수 있습니다. 활발한 활동량에 비해 앉아서 오밀조밀하게 하는 놀이들에 조금 덜 익숙하다는 뜻입니다. 이 나이쯤에 글씨 쓰는 게 힘든 건 그래서 당연합니다.

 "아빠, 이것 좀 짤라줘." 이번엔 그림이 그려져 있는 종이를 가져오더니 가위로 잘라달랍니다. 역시 소근육 발달이 좀 덜되어 있는 게 맞습니다. 종이위에 그려져 있는 비행기 모양대로 종이를 오렸습니다.

 이번엔 미루가 하얀 종이를 한 장 달라고 하더니 응접실에 쪼그리고 앉아서 종이를 만지작만지작 합니다. "어휴~" 한숨을 쉽니다. "미루야, 왜 그래?" "내가 마난경 만들려고 하는데 잘 안 돼." "그래? 힘들겠다." "이렇게 말기만 하면 되는데···" 그러면서 겨우 겨우 종이를 말더니 아빠한테 보여주려고 한쪽 끝을 손으로 잡고 들어보였습니다. 그러는 바람에 다른 한쪽은 말았던 종이가 펴졌는데, 그러자 한쪽은 좁게 말려 있고 한쪽은 크게 말려 있는, 그러니까 미루가 원했던 망원경 모양이 운 좋게 딱 만들어졌습니다.

 "이야, 이거야 아빠 이거. 내가 마난경 만들어따~!!!" 종이 접기 역시 소근육 운동이라 힘들었을텐데 어쨌든 해내고 나니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스카치테이프로 말려 있는 종이 그대로를 고정 시켜달라고 하더니 베란다로 나가서 망원경으로 바깥을 쳐다봅니다. "아빠!! 밤하늘에 별이 하나 가득 보여!" "미루야, 지금 낮이야." 자기가 만든 망원경으로 세상을 보니 기분이 좋아서 그랬는지 아이는 어디서 주워들은 듯한 대사를 읊었습니다.

 지금 미루의 대근육과 소근육은 정해진 시간 순서대로 열심히 발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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