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1 10:05 (수)
[강상구시민기자 육아일기 50] 약속 왜 안지켜!
상태바
[강상구시민기자 육아일기 50] 약속 왜 안지켜!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8.31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빠! 저기 놀이터 가서 놀자."
 저녁 즈음에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찾아서 집에 가는 길. 길옆에 한산한 놀이터를 보더니 미루가 놀이터에서 좀 놀다 가자고 합니다.
 "집에 갔다가 다시 나오면서 놀이터 들르자."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요즘 때때로 저녁 때 촛불문화제를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이 날이 그날이었습니다. 서둘러 집에 들렀다가 다시 나오는 길, 미루는 왠지 신나 보입니다. 저는 차를 몰아 촛불문화제 장소로 향했습니다.

 금천구 가산동에 기륭전자라는 회사의 옛 부지가 있는데, 거기서 이 회사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사람들이 촛불문화제를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장소에 다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는 데 미루가 그럽니다.
 "아빠, 여기는 놀이터 아니잖아."
 아차! 아까 놀이터 들르자고 했던 걸 깜빡했습니다. 그렇다고 촛불문화제에 전혀 참석 안 할 수도 없습니다. 마이크 잡고 사람들 앞에서 말도 좀 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루야 여기서 조금만 있다 가면 안 될까?"
 "나 촛불집회 싫어!"

 예전에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는 좋아라하면서 가더니 아무래도 아빠가 약속을 안 지켜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10분만 있다 가자."
 이 얘기를 듣더니 미루가 손가락 5개를 쫙 폅니다. 협상에 들어가는 겁니다.
 "알았어, 그럼 9분" 이번에는 손가락 6개를 폅니다. "좋아, 8분" 이번엔 손가락 7개를 폅니다.
 "그래 알았어, 7분"

 이렇게 해서 미루와 저는 촛불집회에 7분간 있기로 했는데, 문제는 미루가 7분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른다는 겁니다. 그걸 이용해서 한 10분 쯤 있어도 되겠다 하는 나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을 최대한 끌어보고, 발언하러 무대로 나가기도 했습니다. 미루는 처음엔 얌전히 있었지만 분위기가 자기 뜻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걸 눈치 챘는지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있는 제 다리에 매달리고, "약속 지키기로 해놓고 왜 안 지켜!"를 외치면서 마이크를 잡아당겼습니다.

 발언을 겨우 끝내놓고도 이런 저런 핑계로 시간을 더 끌다가 놀이터에 갔습니다. 입이 30센티쯤 나왔던 미루는 이제야 얼굴이 핍니다.

 "우와, 여긴 사람 많네~"
 한 30분 신나게 모래 놀이며, 미끄럼틀 타기 등을 한 미루는 "이제 갈까 미루야?" 하는 말에 선선히 따라나서면서 이럽니다. "이야, 한 3시간 자알 놀았다." 역시 미루는 아직 시간 개념이 없습니다.

 평소에 미루에게 약속을 지키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누누이 강조해놓고, 이 날 전 미루와의 약속을 정확히 지키지 못했습니다. 30분이면 지킬 수 있는 약속을 아빠 일정을 핑계로 계속 미뤘습니다. 건성으로 대답한 것이라 해도 약속은 약속입니다. 그게 특히나 아이와의 약속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앞으로는 말만 하지 말고 진짜 약속을 잘 지키는 아빠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