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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49_ 장난감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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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49_ 장난감 정리하기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0.08.23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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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설거지를 하는데 미루 혼자서 거실에서 잘 놉니다. 주변에 나무 블록, 플라스틱 블록 같은 것들이 쌓여 있고, 널려 있습니다. 자동차를 담아 놓은 바구니는 옆으로 쓰러져 있고, 한 쪽에는 퍼즐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미루야, 재밌어?" "응."
 한동안 그렇게 논 미루는 이제 책을 펴 듭니다. 그런데 자야 할 시간이 됐습니다.
 "미루야, 이제 씻고 자자"
 "이 책만 읽고."
 "알았어, 근데 그 책 읽고 나서 장난감 다 정리한 다음에 씻는 거야 알았지?"
 그런데 막상 장난감을 정리할 때가 되자 좀 막막한 모양입니다.
 "아빠, 이거 다 아빠가 좀 정리해주면 안 돼?"
 결국 미루 장난감 정리는 제가 대부분 하고, 미루는 한 20%쯤 했습니다.

 신나게 놀고 난 장난감은 그때그때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물론 정리하라고 시켜 놓으면 처음엔 아이들이 다 딴 짓을 합니다.

 "애가 아직 어리니까 우리가 정리하자." 처음에 미루 엄마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미루는 늘 어질러 놓고 엄마, 아빠는 정리하는 식이 몇 차례 반복되었는데, 이건 영 별로였습니다. 자꾸 그런 식이 되면 정리는 의례히 엄마 아빠가 하는 걸로 굳어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미루야 네가 가지고 논 장난감 정리는 네가 해야 해. 알았지?" 이러기를 몇 차례, 도저히 안 돼서 책을 찾아봤습니다. 책에 적혀 있는 내용은 이랬습니다.

 '장난감 정리는 반드시 시키자. 그렇다고 놀고 있는 중간에 정리를 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 그보다는 충분히 몰두해서 놀게 해 주고, 실컷 논 다음에 정리하게 하자.'

 맞는 말입니다. 그때 이후로 우리는 책에서 시키는 대로 하긴 했는데, 문제는 여전히 남았습니다. 실컷 놀게 하다 보니 어질러 놓은 장난감이 너무 많아서 애가 정리할 엄두를 못 내고 또 "아빠가 해"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또 책에서 찾아보고 적용한 방법은 모든 걸 놀이처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미루 엄마가 하얀 종이에 나무 그림을 그리고, 중간 중간에 하얀 동그라미를 그려 놨습니다. 그리고 '정리 잘하기, 신발 정리하기, 빨래 정리, 화분에 물주기'를 한 번씩 할 때마다 하얀 동그라미에 호랑이 스티커를 붙여서 나무에 스티커가 가득 차면 원하는 걸 상으로 주기로 했습니다.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벌써 두 개가 붙었습니다.

 "미루야, 너 이거 가득 차면 상으로 뭐 받을 거야?"
 한참 생각하더니 미루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비밀이야." 상 받을 걸 얘기해줘야 아빠가 미리 준비하는데, 어디서 비밀이란 단어는 알아가지고 이럴 때 써 먹습니다. 자기한테 불리한 건데 말입니다.

 어쨌거나 놀이로 하는 장난감 정리. 이제 효과가 좀 나타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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