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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시민기자의 육아일기 48] 버스는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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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시민기자의 육아일기 48] 버스는 놀이터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8.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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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이로 5살인 미루는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습니다. 이 나이 정도 되면 자기 몸을 자기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걸 터득하게 되고, 자기 생각도 비교적 자유자재로 표현하게 됩니다.


 넘치는 호기심에 몸과 생각이 자유자재이니 주변에 보이는 모든 궁금한 것들은 죄다 살펴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어 합니다.

 미루와 버스를 탔습니다. "미루야, 저 뒤에 자리 있다." 미루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버스 뒤쪽의 빈자리를 향해 뛰어가더니 몸을 날려서 자리에 착지합니다.

 "미루야, 버스에 타면 얌전히 앉아 있는 거 알지?" "응" 대답만 건성으로 한 미루는 몸을 이리 꼬고 저리 꼬고 하더니, 돌아앉아서 뒤에 앉아 있는 사람한테 '메롱'을 합니다. 그러더니 다시 바로 앉아 앞좌석을 발로 톡톡 찹니다. "미루야 하지 마." 이렇게 말을 하긴 했지만 사실 얌전히 있으라는 아빠 말을 들을 나이가 아닙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건 어른의 요구이지만, 창문을 손으로 만지거나 손바닥으로 비벼 보고, 달리는 버스의 창을 통해서 다른 차를 구경하고, 의자를 만져보고, 앞 의자의 뒤쪽에 붙어 있는 광고를 유심히 바라보고, 의자 위에 무릎으로 서서 다른 사람들 표정을 살피는 그 재미를 포기할 리가 없습니다.

 두 명이 앉는 의자에 누워 보고, 손님들이 잡고 서 있으라고 만들어져 있는 막대기에 매달려도 보는 건 미루 또래 아이들한테는 정말 큰 재미입니다.

 그래서, "안 돼", "가만히 있어", "얌전히!" 이런 말을 하는 건 별로 소용이 없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아이의 생각도 물어보면서 버스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게 해야 합니다.

 "미루야 차가 움직이면 넘어져서 다칠 수도 있어. 그러면 미루는 되게 아플 거고, 아빠는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으니까 그러지 말자."

 이렇게 해서 우리는 차가 움직일 때는 엉덩이 붙이고 딱 앉고, 차가 멈추면 별 짓 다해도 되는 것으로 타협을 봤습니다.

 그 다음부터 미루는 한참 까불다가도 "차 움직인다!"를 스스로 외치면서 자리에 바싹 앉습니다. 그 행위자체도 하나의 놀이가 됐습니다.

 어른이 시키는 대로 얌전히 따라하는 순종적인 아이는 자기 욕망을 엄마나 아빠의 강압 때문에 계속 억누르는 아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계속 그렇게 하다가 어느 때 감정이 폭발하기도 하고, 갑자기 고집을 피우기도 합니다.

 순종적이고 착한 아이는 어른 입장에서는 '말 잘 듣는 아이'라고 칭찬할 수 있지만, 아이한테 좋은 건 그것 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어른이 함께 의논해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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