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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47]육아체험, 아빠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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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47]육아체험, 아빠도 함께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0.08.02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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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집에서 '함께 해야 더 잘 키웁니다.'란 주제로 엄마들에게 강의를 하는데 엄마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한 시간 동안 아빠와 엄마가 같이 아이를 키우는 게 어떤 면에서 좋은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남편한테 애 좀 보라고 하고 나왔어요." 처음엔 남편이 "애 보는 게 뭐가 어렵다고......" 하면서 나갔다 오라고 했답니다. 잠깐 나갔다 온다고 하고 나간 그 엄마는 일부러 반나절이나 있다가 집에 들어왔습니다. "집에 들어가 보니까 난리도 아니더라고요. 애가 아빠 머리끄댕이 잡고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고. 애 얼굴은 새까만데다가 눈물자국이 주욱 나 있고......" 남편이 "당신 평소에 얘 어떻게 봤어?" 하면서 놀란 얼굴 반, 괴로운 얼굴 반이었답니다. 그 엄마는 앞으로는 남편한테 애를 자주 맡기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아빠들이 바뀌기 위해서는 엄마들이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아빠들은 웬만큼 요구해서는 몸이 말을 잘 안 듣습니다. 다들 돈만 벌어다주면 되지 무슨 집안일까지 해야 하느냐고 생각합니다.

 이걸 바꾸는 건 정말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두 마디 잔소리나, 무슨 그럴듯한 강연 같은 걸 듣게 한다고 해서 아빠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엄마들이 아빠에게 꾸준히 요구하고, 아빠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도 바깥에서 일하고 와서 힘드니까, 뭘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지 않나요?" 이렇게 말하는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남자는 바깥에서 일하다 집에 들어오면 휴식인 반면, 여자는 집에서 계속 일하고 남편이 휴식하는 동안에도 일을 하게 되는 꼴입니다. 게다가 주말에도 여자는 내내 일을 합니다.

 예전에 육아휴직 직후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 기억이 몸에 생생하게 남아 있던 어느 주말, 일 때문에 하루 종일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집에서 애를 봤던 아이 엄마에게 이렇게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애 보느라고 고생 많았지. 인제 좀 쉬어."

 아빠가 밖에서 일하고 휴식이 필요한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집에서 애보고 집안 일 하는 엄마들 역시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밖에서 일하고 들어온 남편한테 무조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러기 위해서는 역시 엄마들이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집안 일이 돈 벌어다주는 일보다 결코 안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노력, 집 안에서든 집 밖에서든 하루 종일 일을 했으면 밤에는 두 사람 다 쉴 권리가 있으니까 서로 의논해서 휴식과 집안일을 나누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노력, 그리고 그 생각에 따라 아빠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노력. 이런 노력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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