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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46_ 미루와 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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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46_ 미루와 팽이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7.1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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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 엄마, 미루, 저 이렇게 셋이서 마트에 갔습니다. "미루야, 저쪽 가서 매트만 사 가지고 갈 거야. 알았지?" "응" 엘리베이터를 올라가는 내내 까불까불하던 미루는 방금 전에 '응'이라고 대답해 놓고선, 눈앞에 잔뜩 쌓여 있는 장난감들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아빠, 나 저거 잠깐만 볼게" 장난감들 사이에 텔레비전이 설치되어 있고 무슨 만화 영화 같은 걸 하고 있습니다. 팽이를 던져서 서로 싸우는 그런 내용의 만화영화입니다. 미루 엄마는 미루에게 "미루야, 그럼 여기서 이거 보고 있어. 엄마가 금방 매트 사가지고 올게" 대답도 안하고 그새 입을 "헤~" 벌리고 TV속에 빠져 있는 미루를 두고 엄마는 어딘가로 사라졌습니다. 저는 미루 옆에서 그냥 서 있습니다.


 "미루야, 재밌어?" "......" "우와~이거 되게 재밌는 건가 보네." "......" 대답은 없고, 벌어진 입은 더 크게 벌어집니다. 대충 여기서 이렇게 시간 때우다가 그냥 나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루가 갑자기 이럽니다. "아빠! 나 이거 사줘" 벌써 두 개나 산 팽이를 또 사달라고 합니다. 만화 영화에 팽이가 이리 저리 날아다니면서 싸우고 있는 모습이 제가 미루 나이라면 정말 멋지게 보이긴 할 것 같습니다.


 "안 돼. 너 이거 집에 있잖아." "없어졌어. 하나만 사줘." 하나 사달라면서, 세트로 5개가 한꺼번에 들어 있는 걸 고릅니다. "안 돼. 오늘 여기 올 때 팽이 살 계획은 없었어." 아이가 뭘 사달라고 할 때 자꾸 들어주기만 하면 안됩니다. 원래 계획에 있었던 것만 사는 습관, 그걸 아이한테 분명히 알려주고 동의를 구하는 건 중요합니다.


 "미루야, 너 이 만화 보니까 팽이가 또 갖고 싶은 거구나. 그치?" "응~~" 물론 그 전에 마음을 먼저 읽어주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공감해주니까 미루 얼굴이 조금 밝아지긴 합니다. "근데, 집에 있는 거 어디 있는지 찾아보고, 아무리 찾아도 없으면 그때 다시 오자." "내가 몇 번이나 찾아봤단 말이야." "미루야, 아빠랑 같이 찾으면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집에 가서 찾아보자." 도저히 팽이를 살 수 없을 것 같았는지 미루는 입을 앞으로 쭉 내민 채로 계속해서 TV를 봅니다.


 마트에서 나오는 길, 계속 삐져 있는 미루는 아빠보다 몇 걸음 앞에 서 있습니다. 팔짱을 낀 채 시선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빠가 손을 잡으니까 확 뿌리칩니다. 단단히 삐졌습니다. 미루 엄마가 손을 잡자 미루는 아빠를 한 번 더 의식하는 표정을 하더니 엄마 손을 잡고 앞으로 막 걸어갑니다.


 "미루야, 아빠는 떼어놓고 둘이서만 갈 거야?" 마음 약한 미루는 그러자 뒤 돌아서서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손을 내밀었습니다. "인제 마음 풀렸어?" 그러자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혼자 설거지 하면 힘들잖아. 그래서 아빠 데려가는 거야." "그래? 그렇구나. 아무튼 아빠도 데리고 가줘서 고마워."

 

바로 마음이 풀린 걸 들키는 게 창피했는지 미루는 이상한 핑계를 댔습니다. 어쨌거나 팽이 사는 문제로 잠시 생겼던 갈등은 결국 미루가 마음을 풀어줘서 해결됐습니다. 그 작던 아이가 참 많이 컸습니다.

 

 

◈ 이 기사는 2010년 7월 19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5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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