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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우리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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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우리 아빠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7.1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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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45

 "아 피곤하다." 운전 면허 연습 첫 1시간을 마치고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구로 4동에서 고척동으로 이사를 하고 어린이집은 그냥 다니던 곳을 다니기로 결정한 뒤로부터 아침에 아이 데려다 주는 게 완전히 전쟁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마다 전쟁인데 이건 뭐 집에서 나와 어린이집에 도착하기까지 근 40-50분이 걸리니 보통 일이 아닙니다. 집에서 나와서 마을버스 정류장까지 걷기, 거기서 좀 기다리다가 마을버스 타기, 마을버스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가기, 거기서 또 좀 기다리다가 버스 타기, 한참 버스 타고 가서 내린 후 어린이집까지 또 걷기. 이게 아침에 저와 미루가 어린이집까지 가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


 일이 이렇게 되니까 아이 엄마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집니다. 아무래도 운전하는 사람이 차로 아이를 태워다 주는 게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운전을 안 하는 저는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 운전하는 걸 싫어해서 아예 면허증을 안 땄었는데, 이제 고집을 버릴 때가 됐습니다.
 운전면허증을 따는 걸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건 아이 엄마이지만, 미루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아빠, 인제 운전할 줄 알아?" "아니, 앞으로 10번 더 가야해." "그럼 10번 하면 운전하는 거야?" "응" "이건 운전 공부하는 책이야?" "응, 맞아."


 질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미루야 너 아빠가 운전하는 게 좋아?" "응, 멋있어." 운전하는 걸 보지도 않았는데 일단 멋있다고부터 한 미루는 집에서 자기 혼자 운전면허 문제집을 이리 저리 펴보고, 혼자 뭐라뭐라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지난 주 토요일엔 어린이집에서 부모참여수업이 있어서 미루랑 어린이집에 가는데, 미루가 운전면허 문제집을 꼭 가져가야겠답니다. "그냥 놓고 가면 안돼?" 박박 우겨서 책을 가져간 미루는 어린이집에서 그 책을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습니다. 친구들이랑 선생님들 그리고 부모참여수업에 오신 다른 부모님들한테 "우리 아빠 운전한다~"면서 자랑했습니다. 이것 참, 40살 먹도록 운전도 안 배웠다는 게 다 탄로 났습니다.


 선생님 한 분이 "미루가 책 들고 왔다갔다해서 불편하시겠어요"라고 하시길래, "마음이 불편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어쨌든 미루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빠가 운전 배운다는 걸 실컷 자랑했고, 저는 기회를 봐서 운전면허 문제집을 살짝 뒤로 빼돌려 가방에 숨겼습니다.


 그 날 저녁 미루가 자기가 그렸다면서 그림을 보여줬습니다. 아빠, 엄마, 미루. 이렇게 세 명을 그렸답니다. 도화지 가운데에 크게 아빠가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 가지고 심리 분석도 한다는데, 아빠가 그렇게 정중앙에 크게 그려져 있고, 셋 다 웃고 있는 걸 보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그게 운전 때문인지 아니면 평소에 잘 해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그림, 잘 보이는 곳에 딱 붙여놨습니다.

 

 

 

 

◈ 이 기사는 2010년 7월 12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5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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