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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75] 김재남씨 (가리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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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75] 김재남씨 (가리봉동)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0.06.2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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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고귀한 유산

"어려서 할아버지께서 장애인 가정에 도배, 청소 등을 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어요. 그래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 줄 알았죠. 커서야 그게 봉사라는 걸 알았어요."


 김재남 씨(47, 가리봉동)는 할아버지에게 '봉사'라는 고귀한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리고 2003년 마을문고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어르신 말벗, 자원봉사 상담가, 학교예절교육, 자율방범대 등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봉사도 무조건 하는 것이 아니다. 대상자에 따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 기초 상식을 알아야 봉사도 제대로 한다는 김재남 씨는 자원봉사센터에서 열리는 교육은 수시로 참석한다.

 "무조건 어르신 부탁을 다 들어주어서는 안됩니다. 어르신들도 움직일 수 있는 선에서는 스스로 하실 수 있는 몫을 남겨 둬야해요. 소일거리가 없으면 오히려 권태롭고 병이 날 수도 있거든요. 대신 거리를 두지 말고 진심을 담아 먼저 다가가야 해요."

 그 많은 봉사를 하면서도 김재남 씨는 '가정이 먼저'라는 신념을 지켜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 최천석 씨(49)도 요즘은 길을 가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만나면 '어머니' 하고 달려가 부축하고, 동네 어르신이 "고쳐 달라, 봐 달라"고 하면 한달음에 달려간다. 자녀들도 스스로 복지관에 찾아가 봉사를 한다.

 "한 어르신 댁을 방문했는데 천장은 반쯤 내려앉았고, 집안에 쓰레기가 한가득이었고, 악취가 엄청났었어요. 살림이 그렇다보니 문을 열어두면 집주인에게 쫓겨 날까봐 문을 꼭꼭 닫고 살았던 거예요. 한 번 다녀오면 악취가 일주일간 가시지 않을 정도였어요. 처음에 찾아갔을 땐 박대를 당했죠. 그러다 차츰 마음을 여셨어요. 그 댁 도배장판을 새로 해드렸을 때 고마워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작년 음주 후 계단을 내려가다 미끌어져 뇌진탕으로 돌아가셨는데 그 소식을 듣고 가슴이 많이 아팠다. 봉사하는 동안 열 분의 어르신을 먼저 보내드렸는데 그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휑하고 허전해온다.

 지난 2008년 요양사 자격증까지 획득한 그녀는 "어르신 봉사를 다니다보니 중증환자를 케어할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요양사 자격증을 땄다"고 말했다. 또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 풍선아트도 배웠고, 봉사를 하다 보니 건강해져서 요즘은 헌혈도 자주 할 수 있게 됐다. 요즘은 지역 중국인 대상으로 봉사하고 싶어 중국어를 틈틈이 배우고 있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웃음과 건강을 드릴 수 있는 레크레이션 강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녀의 봉사욕심은 끝이 없다. 그리고 그 최종 목표는 어르신의 심신 건강을 책임질 요양원을 세우는 거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김재남 씨는 그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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