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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69]몸은 지쳐도 마음은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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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69]몸은 지쳐도 마음은 뿌듯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0.04.05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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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역 이미용 봉사단

 구로여성인력개발센터(구로5동) 회원 박남아(50) 김옥자(42) 이은정(42) 보미나(27) 씨는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메트로 신도림역 열린쉼터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이미용봉사를 펼치고 있다. 하루 평균 20~30명의 시민들이 다녀가는데 어르신손님들이 단골고객이다.


 김옥자 씨는 2007년 미용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장애인시설, 복지관, 노인정 등을 다니며 봉사해왔다.
 "제가 가족이 좀 많아요. 시부모님과 남편, 아들 셋이라 식구들 미용비 아껴보자는 차원에서 이미용을 배웠어요. 그런데 좋은 일까지 할 수 있어 더 좋아요."


 

▲ 신도림역에서 이미용 봉사를 펼치는 박남아 이은정 보미나 김옥자 씨

 

 

 충북 음성 꽃동네에 봉사를 가서 정신지체장애인을 보았다. 나이는 들었지만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항상 기저귀를 착용해야하고 말고 행동이 불편한 그들을 볼 때 마음이 찡해왔다. 그래서 '건강할 때 좋은 일 많이 하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머리카락 한 번 자르고 나면 손등에 흰 눈(비듬)이 내려요. 이발하다가 달려드는 분도 있고요. 이런 저런 일들을 겪다보니 이제 어지간한 일엔 놀라지도 않아요."


 미용사 자격증을 획득한 지 16년 만인 작년 7월부터 미용실에 근무하게 된 박남아 씨는 봉사를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는 어르신들 두발 관리할 때는 요양 보호사 4명이 붙잡아 줘도 쉽지 않아요. 특히 가위를 다루다보니 더욱 조심스럽지요. 4시간 정도 봉사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질 정도로 몸은 지치지만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가슴은 뿌듯합니다."


 노후대비를 위해 작년부터 미용을 배웠다는 이은정 씨도 이미용봉사를 하면서 가치관도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봉사팀의 막내, 보미나 씨는 2006년부터 봉사활동을 해온 미용경력 6년차다.


 "첫 봉사지가 군부대였어요. 군인들이면 두발 자르기가 쉽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미용실 손님보다 더 요구가 많아요. 윗머리를 세워 달라, 휴가 나가니 예쁘게 잘라 달라, 구렛나루는 자르지 말라, 요구가 제각각이에요."


 미용실에 근무하면서 매주 쉬는 날은 으레 봉사하는 날로 잡아놓는 보미나 씨는 자신의 이름을 건 미용샵을 창업하면 직원들과 함께 하는 봉사단체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털어놓았다. 언제쯤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한 2년 쯤 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봉사를 하면서 마음을 비울 수 있게 되었어요. 가지고 산다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구나, 건강 하나만 있으면 못 할게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고요."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박남아 씨의 말에 김옥자, 이은정, 보미나 씨 모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이 기사는 2010년 3월 29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4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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