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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68] 버려진 동물들 사랑으로 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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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68] 버려진 동물들 사랑으로 품어요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0.03.23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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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동물병원 안종철 원장 (개봉1동)

 "요 며칠 아이상태는 어땠어요? 나아졌어요? 다행이네요. 당분간은 죽을 먹이는 게 좋아요."


 소아과에서나 들을법한 이야기지만 인터뷰 당일 굿모닝동물병원(개봉1동 소재)에서 안종철 원장(40)이 강아지 상태를 살피며 주인에게 하는 말이다. 시골에서 자라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익숙했다는 안종철 원장은 동물 사랑하는 마음이 끔찍하다. 그는 쇼윈도에 예쁜 강아지를 전시해 놓는 대신 병원 내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방목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신들 스스로의 규칙을 만들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 3년간 그는 지역의 10여 동물병원과 협력해 길을 잃거나, 방치되거나, 버려진 동물을 보호, 치료, 재분양해 왔다.


 "작년에 900여 건이 신고됐어요. 점차 늘어나고 있죠. 가장 많은 신고가 개, 고양이이고, 토끼·햄스터·페릿 등 다양한 유기개체의 신고가 들어옵니다. 보통 보건소나 119를 통해 연락이 오죠. 인위적으로 버리거나, 집을 나왔는데 방치되기도 해요. 그러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고요."


 주인을 찾아가는 동물은 5%가량이고, 30~40% 정도는 구로구 유기동물 카페(http://cafe.naver.com/gurovma)등을 통해 재분양된다. 보통 유기동물의 보호기간은 10일이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할 땐, 몇 달씩 책임지기도 한다. 1년 반까지 데리고 있던 경우도 있었다.


 "유기견을 입양해 가혹행위를 하고, 그러다 죽으면 또 입양해 다시 가혹행위를 하다 발견이 된 사례가 있었어요. 이런 경우 처벌을 받습니다."


 생명이 있는 개체를 키우기로 마음먹었다면 각 개체의 특징, 성격, 그리고 가정환경에 적합한지 따져보고 충분히 알아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예쁘다고 즉흥적으로 선택했다가 당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새벽 2시에 주민 한 분이 유기견 한 마리를 데려왔어요. 교통사고로 양쪽 골반과 대퇴골이 부러지고, 4~5군데 골절상을 입었더라고요. 유기된 지 좀 되어서인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심한데다 몸이 아프니 공격성이 더하더라고요. 데리고 온 분도 손 몇 군데를 물렸을 정도였조. 수술을 시켜 치료를 해줬어요. 그리고 3개월을 돌봐주었더니 그제야 절 보면 꼬리를 치고, 따르더라고요."


 그럴 땐 수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낀다.


 "아직 우리나라 유기동물 사업의 시스템이 불안정합니다. 정부 담당자가 동물병원 사업자에게 연락을 취하면, 다시 동물포획전문가를 통해야 하는 등 3단계를 거치게 돼요. 그래서 쉽고 신속한 포획이 어렵습니다."


 요즘 집에서 기르는 동물에 인간의 만족을 위한 '애완동물'보다 평생 의지하고 동반하는 '반려동물'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그만큼 귀여울 때 잠깐 데리고 놀다 크고, 병들고, 귀찮아지면 버려도 되는 장난감이 아니다.


 안종철 원장은 "인간과 같이 기쁨과 고통을 느끼는 하나의 생명체로, 가족으로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키웠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이 기사는 2010년 3월 22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4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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