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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청 앞 버스표 판매인 전화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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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청 앞 버스표 판매인 전화영씨
  • 정재현
  • 승인 2001.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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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청 광장 건너편 버스정류장에 가면 항상 어르신의 장기판에 훈수를 두는 아저씨가 있다. 어렸을 때 천연두를 알아 자국이 남았지만 어르신의 장기판을 보관해주는 마음 넉넉한 사람이다.

17년 동안 구로구청 앞 버스표 판매소 주인 전화영(53,구로5동)씨는 사람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전남 영암이 고향인 그는 “세상이 그동안 많이 변했다”며 “우선 사람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우선 구청장이나 공무원이 예전에는 무엇하나 꼬투리 잡을 것이 없는가를 보는 것 같았지만 요즘은 필요한 것을 묻고, 일반 시민도 예전엔 ‘반토막’ 말로 ‘뭐 없어’라고 물었지만 요즘은 깍듯한 존대로 대한다고.

그의 마음이 넉넉해진 데는 탄생 배경이 한 몫했다. 3살 때 어머니, 10살 때 아버지를 여읜 그는 고향에 농사지을 땅도 없어 무작정 서울에 올라와 껌 한두통 팔면서 시작한 노점이 지금 현재 판매소로 번성했다. 그런 탄생 배경 때문인지 지난 여름 그는 장기판을 사고 보관하면서 구청 광장에 놀러 오는 어르신에게 제공했다.

우선 장기판을 내놓으면 어르신이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쉬면서 앉아서 음료수를 즐기려는 사람이 없어 영업 이익은 줄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람이 북적대는 것이 즐겁고 좋은 전씨는 계속되는 장기 훈수에 손님을 놓칠 정도다.

오랜 장사 덕분에 무엇이 가장 인기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담배는 고급화 다양화 추세로 간다고. 우선 2년전까지만 해도 ‘디스’가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지만 지금은 ‘에쎄’ 등 다양한 고급담배도 눈에 띠게 팔린다고 전했다.

“껌도 ‘후라보노’에서 자일리톨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가 가장 많이 파는 것은 복권과 담배, 버스표지만 버스표는 지금 카드로 바뀌어 매출이 많은 편은 아니다.

“남들은 많이 팔았지만 전 팔 생각이 없습니다. 이 가게는 작지만 집도 하나 마련하게 해준 놈입니다. 저는 핸드폰이 필요 없습니다. 오전 6시부터 11시까지 항상 이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장사에 그는 직업병도 생겼다. “항상 쪼그리고 앉아 일하기 때문에 무릎이 결리고, 허리가 아픕니다. 그래서 겨울보다는 여름이 좋습니다. 장사도 잘되고요.”

그래도 그는 새벽별을 본다. “피곤하고 아프지만 오히려 집에 있으면 답답합니다. 이곳에서 사람구경을 하는 것이 훨씬 재밌고 좋습니다.” 역시 그는 그렇게 오늘도 시민을 만난다.





news@kur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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