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7 11:24 (금)
[햇살같은 이웃 62]한국우편사업지원단 봉사동아리
상태바
[햇살같은 이웃 62]한국우편사업지원단 봉사동아리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0.01.21 1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팔순 할머니가 내민 핫바 3개

 

 

 

 '소중한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소사모)'은 구로종합사회복지관과 인근 7개 기업이 함께하는 일대일 결연 봉사 나눔이다.


 한국우편사업지원단(구로3동, 이사장 권시혁)도 그 중 한 기업. 직원의 1/3이 참여하는 한국우편사업지원단 봉사동아리(회장 김영순)는 구로동에 거주하고 있는 거동이 불편한 독거어르신 가정을 매달 정기적으로 방문해 청소나 취사 말벗 산책 등 봉사를 해왔다.


 우편고객만족센터 운영기획팀 상담파트장 임경자 씨(38)는 지난 토요일 동료 김미희 씨(29)와 함께 박 할머니댁(83)을 찾았다. 박 할머니는 이들이 오는 날인걸 알고 미리 넉넉히 밥을 해두고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린 눈이 얼어 도로가 미끄러운데 잠시 다녀오겠다며 지팡이를 들고 나가시더니 이내 핫바 세 개를 사오셨다. 임경자, 김미희 씨는 목이 메어 왔지만 할머니 앞에서 맛있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앞니가 없는 할머니는 딱딱한 것을 못 드시니 이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는 것으로 흐뭇해하신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한 사람도 움직이기가 좁은 주방 겸 세탁실과 방을 오가며 빨래와 청소, 설거지를 하고 복지관에서 배운 발마사지 실력을 할머니에게 십분 발휘한다. 할머니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이불빨래를 건조대에 널고 나니 벌써 또 헤어질 시간이다.


 밥 먹고 가라는 할머니와 다음에 와서 꼭 먹겠다며 인사를 하는 임경자, 김미희 씨는 이별이 못내 서운하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끝내 눈시울을 적신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시간이 참 짧아요. 만나면 반가운데 막상 헤어질 때가 되면 더 못해드린 게 죄송하고, 아쉬워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요. 게다가 요즘 같은 날엔 외출도 못하시니 사람이 더 그리우시죠."


 일회성이 아니라 매달 꾸준히 찾아뵈니 어르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필요한지를 훤히 알아 다음 방문할 때 잊지 않고 사다드린다. 속옷, 커피, 이불 등을 준비해 오기도 하지만 봄에는 화전을 함께 만들어 먹고, 설날엔 만두를 빚고, 크리스마스엔 성탄트리를, 때론 노래와 춤으로 웃음을 선물한다. 미혼인 김미희 씨는 "저도 처음 만들어보는 화전이었는데 할머님이 맛있다고 해주시니 기분이 좋았어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다보니 청소할 것도 많고 버릴 것도 많지만 물건을 함부로 치울 수 없다. 버리는 것을 싫어하는 어르신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한 음식은 어르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처리할 수밖에 없다.


 "전기 아끼려 불을 꺼놓고 지내는 어르신, 전기장판도 안 켜고 이불만 덮고 계신 어르신도 계세요. 무엇보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어르신들이라 더 자주 찾아뵈지 못하는 것이 죄송하죠."


 회사에서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회비로 어르신을 돕고, 근무 외 시간을 이용해 봉사를 다니는 이들 봉사단은 그 공을 인정받아 매년 회사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올해는 어르신들 건강검진도 해드리고, 물리치료도 병원과 연계해 정기적으로 받게 해드리고 싶어요. 봄이면 꽃구경도 같이 가고 싶고요."


 뭐 하나라도 손에 쥐어주고 싶은 할머니와, 하나라도 더 챙겨 드리고 즐겁게 해드리고 싶은 손녀딸 같은 봉사단의 마음이 어느덧 많이 닮아 있었다.

 

 

 

◈ 이 기사는 2010년 1월 18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3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