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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탄 중국인 시체 6개월째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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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탄 중국인 시체 6개월째 방치
  • 정재현
  • 승인 2001.12.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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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다” “아니다” 공방속에 구로성심병원에 안치중 //



바다를 건너 돈벌러 온 것도 모자라 불에 타 사경을 헤매다 생을 달리한 뒤 6개월동안 장례를 치르지 못한 중국인 노동자가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픔의 주인공은 중국 요령성 철령시 중국인 한족 손광생(40)씨. 그는 지난 3월2일 관광 비자로 입국해 건설 현장에서 날품을 팔아 돈을 벌던 중 경기도 부천시 상동 아파트 건설현장의 한 하청업체가 잡아준 숙소에서 잠을 자다 참변을 당했다.

가스폭발사고가 난 것은 지난 5월21일 오후 9시30분께.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 189-126에서다. 하청업체인 ㅍ건설은 자체 숙소가 없어 이틀동안 여관에서 한족과 조선족 동포 등 인부 8명을 재운 뒤 사고 장소인 지하방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달 일행 8명 중 3명은 방 냄새가 심하다는 이유로 다른 장소를 물색해 나갔고, 손씨 등 한족(중국인) 5명이 숙소에 들어가 씻기 위해 보일러를 켜는 순간 가스가 폭발해 사고를 입었다.

결국 사고 뒤 중국인 5명 중 손씨 등 2명은 구로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한달동안 사경을 헤매다 생을 달리했다. 나머지 3명 중 한 명은 귀국했고, 두 명은 가벼운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 불법 체류자라 강제출국을 염려해 도망갔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보통 회사가 집을 얻어 주고, 기숙사로 사용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돼 근로복지공단에서 사망위로금 등을 지급하지만 병원 입원 서약과 방을 얻어줬다는 ㅍ건설 최아무개(43,경기 용인시 유림동) 소장이 이런 사실을 부인하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본사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사고 전 여관비를 제공한 것이나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실제 소요비용을 임금에서 다 빼고 준다”며 “병원 입원 서약이나 치료비 일부는 도의상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근로복지공단 부천지사는 지난 6월9일 성남기독교협의회 인권위원회(위원장 김해성 목사)가 피해(재)자를 대신해 제출한 진정서에 대해 ‘ㅍ건설이 숙소 임대 계약 체결이나 비용 지원을 하지 않아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로 볼 수 없다’며 ‘사용자의 지배 관리 상태에 있지 않아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권위원회 최태송(39) 목사는 “사고 발생 뒤 성심병원에 입원 계약금 200만원과 병원 입원 각서까지 낸 사람이 책임을 회피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하청업체인 ㅍ건설이 원청업체의 산재미처리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망 소식을 듣고 급히 입국한 부인 위계향(37,중국인)씨는 “허리 신경의 손상으로 다리가 아픈 내 수술비와 두 딸 교육비 마련을 위해 한국에 온 그가 죽어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며 지난달 28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심사 청구를 한 상태다.

현재 사고발생 뒤 구로성심병원 영안실에 있는 손씨는 장례비와 입관비, 시신 보관료 등 800만원이 밀려 영안실 냉동 창고에 그대로 안치 중이다.



newmo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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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손광생씨 부인 위계향씨

" 딸 교육비와 다리수술비 마련하겠다더니..."

얼마 전 사고 후 귀국한 손광생(40)씨의 부인 위계향(37)씨는 두고 온 아이 이야기를 물을 때는 연신 눈시울을 적셨다. 조선족 통역과 함께 서울 금천구 기산동 중국동포의 집에서 그를 만났다. 위씨는 간단한 소일로 일당벌이를 갔다 오느라 아픈 다리가 퉁퉁 부은 상태다.

남편은 왜 어떻게 한국에 왔나
- 친구와 친척의 돈 900만원을 빌려 입국했다. 두 딸의 교육비와 내 아픈 다리 수술비를 마련하러 관광비자를 받아 들어왔다. 참고로 중국 한달 임금은 20만원 정도이다. 중국에선 혼자 먹고 살기 힘들다. 한 4~5년 고생하면 아이들 교육비와 치료비 정도는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고 후 입국 과정은
-그냥 사고가 나서 입원한 거면 오지 않으려 했다.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초청으로 와서 돈은 들지 않았지만 몸이 안 좋고, 하루 벌어 하루 쓰는 상태다. 장례비가 없어 시체를 병원에 둬야 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

지금 심정은
- 남편이 한국 오기 전에 고향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이들 대학 보내고, 마누라 수술비용 마련해 자가용을 타고 금의환향하겠다고 했다. 큰 아이 손순영은 외할머니, 순원은 친할머니 댁에 맡기고 왔다. 큰 아이는 아빠를 유난히 좋아해 사고 소식을 듣고 말을 잃어 입원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현재 부인 위씨는 하루 2만5000원 정도 일당벌이를 나간다. 다리가 아파 서서 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고, 앉아서 하는 작은 일만 가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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