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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차림도 부끄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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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차림도 부끄럽지 않아요”
  • 공지애
  • 승인 2001.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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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탁 노인들 외로움 보듬는 천사

자원봉사하던 중 ‘노인의 벗’ 결심





갑자기 찾아온 추위가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던 날, 무의탁노인과 함께 사는 김경희(44)씨를 만나러 “선심 노인의 집”을 찾았다. 15년 전 대전에서 재가복지사업을 시작한 김씨는 지난 5월 구로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자식이 없거나 갈 곳이 없는 노인들은 의지할 곳이 없는 분이예요. 그래서 사소한 것에 서러워하고, 우울해 한답니다.”

‘장애우 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노인들의 벗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김씨는 누구보다 노인들의 외로움과 적적함을 잘 이해하고 보듬어 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노인들의 빨래를 해대느라 벌써부터 손등이 까칠한 김씨. 해도 해도 티가 나지 않는 것이 집안 일이라고 하루 3끼 식사, 청소에서부터, 거동이 불편한 분들의 손발 노릇까지 해야 하는 하루하루가 바쁘기만 하다.

자원봉사자들이 가끔씩 오긴 하지만 정작 일손이 모자라는 아침 저녁시간은 김씨 혼자의 몫이다. 그래도 그저 기쁜 마음으로 이일을 해오는 것은 다음 세상에서라도 그들과 다시 만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대전에서 노인을 돌볼 때, 각 사회단체에서 들어오는 후원금을 모아뒀다가 노인들의 통장을 만들어 물리치료 등에 보태 쓰라고 모두 주고 올라온 김씨는 정작 자신을 위해선 한푼 쓰는 것도 아까워한다.

“저도 여잔데 왜 좋은 화장품, 멋진 옷 안 사고 싶겠어요.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나니까 슬리퍼를 신고 나가도 부끄럽지 않더라고요. 마음을 비우기까지가 힘들지 비우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아요.” 라고 말하는 김씨는 결혼도 미룬 채 할아버지, 할머니의 수양며느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homekong@kur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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