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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53] 마술같은 아이들 변화에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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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53] 마술같은 아이들 변화에 행복
  • 공지애 기자
  • 승인 2009.12.15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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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멘토링 청년사업단 송 현 주 씨
 항동에 소재한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송현주 씨는 지난 8월부터 멘토링 청년사업단에서 지역 내 취약계층 아동에게 학습, 정서, 문화 등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때론 엄한 부모, 조언자가 되고, 자상한 선생이 되어 아이들을 지도해요. 학습지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지원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거예요. 단, 아이들이 가진 가정상황이나 성격, 심리적 상황 등에 따라 달라요. 그래서 멘토링이죠."

 송현주(금천구 독산4동) 씨는 지난 2008년 12월부터 올 해 10월까지 10개월 동안 한국여성재단에서 실시하는 위드멘토사업에도 참여했었다.

 올 8월부터는 두 명의 5학년 여학생의 멘토를 맡고 있다. 송현주 씨는 당장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는 것보다 학교 내의 친한 언니, 누나, 형, 동생을 만들어 주기 위한 활동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처음엔 아이들이 지각과 결석을 자주 했어요. 바람맞는 날이 많다보니 수업 진행도 제대로 안 됐고요. 아이들을 이해한다고 했는데 마음을 못 알아주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 하루는 정말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제가 먼저 마음을 드러내고 나니 아이들도 마음을 열더라고요. 그동안 몰랐었는데 아이들이 저의 마음을 정말 많이 이해하고 있었더라고요. 이제는 스무 살이 넘어도 저와 함께하고 싶다고 얘기해요."

 빡빡한 수업일정으로 인해 체력은 완전히 소진되었고, 졸업반이라 진로에 대한 불안이 몰려와 우울하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따라 비가 왔는데 우산을 써도 온몸이 흠뻑 젖고, 구두로는 물이 찰 만큼 엄청나게 쏟아졌었다. 너무 젖어서 닦아도 소용없겠다 싶어 송현주 씨는 구두를 현관에 내버려 두었다. 그 때 자신의 멘토인 한 아이가 휴지를 돌돌 말아 구두를 이곳저곳 닦아주었다. 이미 포기해버린 구두를 그 아이의 조그마한 손으로 새신보다 더 신고 싶은 구두로 만들어주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자라고 변화해요. 저부터도 많이 배우고 달라지는 걸요. 아이들과 있으면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순간순간 밝아진답니다."

 그래서 송현주 씨는 멘토링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닫는다.

 "학창시절, 내가 힘들 때 온전히 나를 지지해주고, 내 마음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선생님이나 멘토가 있었다면 좀더 쉽게, 용기 있게 이겨내지 않았을까? 덜 울지 않았을까? 오히려 아이들이 부럽기도 해요. 하지만 나라는 존재가 단 한번이라도 이 아이들에게 마음깊이 기댈 수 있었던 선생님으로, 아니 함께 공유할만한 친구로 남길 바래요."

 송현주 씨는 멘토링 활동을 통해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온전한 믿음으로 곁에 있어주는 것만큼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없다'는 값진 가르침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 이 기사는 2009년 11월 16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2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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