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7 11:24 (금)
[햇살같은 이웃 44]'마지막 수업'
상태바
[햇살같은 이웃 44]'마지막 수업'
  • 공지애
  • 승인 2009.09.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어학습봉사 선다영씨
 궁동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 평화만들기(대표 박경양)는 지역의 저소득·빈곤·위기·결손 가정의 초·중·고 학생 40여명에게 무료급식과 진료, 학습과 생활지도를 해왔다. 게다가 사교육을 시킬 여력이 없는 맞벌이, 차상위계층 아동까지 아우르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공부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공부방만은 아닙니다. 지역주민들께서는 거기서 뭘 가르치냐고 물어오지만 뭘 가르치는 것보다 방과후 방치되는 아동을 내 집에서처럼 보호하는 곳입니다."

 평화만들기는 와서 배우고, 놀고, 함께 웃고, 나누는 제2의 가정이라고 최재봉 사무국장(42)은 말했다.

 이곳에서 영어지도를 해 온 선다영 씨(23)는 마지막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하나교육재단에서 지원했던 1기 영어교육프로그램이 오늘로서 마무리되기 때문이었다.

 "교환학생으로 1년동안 미국에 다녀왔어요. 가서 보니 미국 대학생은 사회기여에 대한 책임의식이 강하더라고요. 그 친구들과 약물중독자 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귀국 후에도 봉사활동을 찾다 우연히 오하나교육재단의 영어교육자원봉사자 모집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매주 2회, 2시간씩 딱딱한 교재공부보다는 게임을 도입해 영어와 친해지고 익숙해지도록 수업을 했다.

 "우선 영어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을 목표로 지도했어요. 다음주부터 2기 선생님이 오시니까 그 때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우도록 말이에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 꿈도 많이 키워주고 싶었는데 더 많은 것을 보여 주지 못해 아쉬움이 많다. 선다영 씨는 학생들을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에 데려가기도 했다.

 "아이들이 대학은 처음 와 본다며 좋아했어요. 건물이 왜 이렇게 여러 개냐, 어떤 게 학교냐? 여기 오려면 몇 등해야 하느냐 눈이 반짝반짝해져서 질문도 많이 했어요."

 요즘은 장학금제도가 잘 되어 있어 원하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넣어 주었다.

 마지막 수업을 앞두니 그 동안 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아쉬움을 달래며 아이들에게 줄 선물과 편지를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각 학생의 장점을 부각해 시상을 하듯 한 명씩 나누어주며 응원의 박수를 쳐주었다.

 "이곳에는 다음주부터 2기 영어자원봉사선생님이 오세요. 저는 학교 근처 야학 봉사를 알아보고 있어요."

 선다영 씨는 평화만들기에서의 추억이 평생 따뜻한 마음으로 남을 거라고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이 기사는 2009년 9월 7일자 31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