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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비방에 수화통역 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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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비방에 수화통역 민망"
  • 김철관
  • 승인 2001.10.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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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6동 구로중학교 운동장에서 2000명의 지역 주민들이 모인 21일 오후, 10.25 재보선 2차 후보자 연설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후보자 연설 단상 옆에서 유권자를 향해 부지런히 손짓(수화)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수화 통역사 배진희(33)씨다.

그가 구로을 선거유세 1일 수화통역사로 활동하게 된 것은 구로선거관리위원회 요청을 받았기 때문. “수화 양성단체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청음회관의 지시를 받고 구로을 선거관리위원회로 오게됐지요. 후보자 선거유세 수화통역은 선거 때마다 있는 일이라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배씨는 이번 선거를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후보 비방 좀 안했으면 해요. 너무 심해요. 옆에서 수화통역을 하는 제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는 수화통역인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지만 선거 유세처럼 절망을 느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원, 경찰서, 검찰청, 교도소, 선거유세, 각종행사 등 수화 통역을 많이 했지만 선거유세는 농아인을 배려하지 않습니다. 유권자와 멀리 떨어진 단상에서 하다보니 농아인들이 잘 알아보지 못해 통역 해독을 잘 못해요. 한마디로 구색 맞추기 통역이라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농아인들을 생각하는 통역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기왕 장애인을 배려하겠다면 후보자 단상 옆이 아니라 좀더 유권자와 가까운 곳에 단상을 마련해 그 위에서 통역을 했으면 합니다. 그래야만 농아인 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 용인에서 살고 있는 배씨는 89년 수화통역을 배우려고 청음회관에 입문했고 26살 때인 94년부터 본격적인 수화통역사로 농아인들의 대변자를 자처해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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