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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은 왜 발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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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은 왜 발생하는가?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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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_60] 성폭력
성폭력은 매우 예외적인 사건으로 여겨질 수도 있으나, 여성들은 낯선 거리에서만이 아니라, 직장이나 학교에서, 그리고 심지어 가정 내에서도 일상적으로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그러한 공포를 내면화한 채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성폭력 발생의 원인을 단지 가해자나 피해자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부주의 때문만으로 볼 수 없고, 우리 사회의 성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남자답다’, ‘여성스럽다’는 내용을 살펴보면 남성은 역동적, 공격적, 지배적인 성향으로, 여성은 수동적, 종속적인 성향으로 매우 상반된 내용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남성(성)과 대응할 수 없도록 길들여진 여성(성)의 관계는 폭력적인 일방의 침해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생물학적인 차이에 기인한다기보다 사회적인 성별 규범 체계의 학습에 의해 마치 자연스러운 것인 양 내면화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차별적인 관념은 성에 대한 가치관이나 성적 실천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성에게 ‘성’은 당연히 향유할 권리가 있는 것으로 남성은 너무나 쉽게 성적 주체가 되지만, 여성에게 성은 부끄럽고 위험한 것으로 학습되기 때문에 여성이 성적 주체성을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다.(한국성폭력상담소 www.sisters.or.kr에서 인용)

또한 성적 주체인 남성에게는 성적 실천의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을 뿐 아니라 성적 실천이 곧 남성성을 획득하고 강화하는 핵심이 된다. 즉, 성적 농담과 포르노, 성매매 등 남성들이 향유하는 성문화는 남성들의 유희와 쾌락인 동시에 남성이 되기 위한 관문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남성중심 성문화는 성폭력에 대한 공포를 확산, 여성의 활동 영역을 제한하고 옷차림과 행동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남성들의 성적 실천 방식을 문제 삼는 대신 성폭력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고 몸의 위험과 취약함을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성폭력이 대부분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성폭력은 성차별적 성문화와 연결되어 있는 한편, 사회적 권력관계와도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실제로 연장자-연소자, 상사-부하직원, 비장애인-장애인, 내국인-이주노동자 등의 관계에서 ‘누가 누구에게 성폭력을 범하는가'를 살펴보면 권력의 작동 방향과 성폭력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교도소나 군대 등에서 발생하는 남성 간의 성폭력 역시 위와 같은 권력적 지배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권력적·위계적 질서 속에서 개인들 사이에 서로를 배려하는 대등하고 자연스러운 교류는 일어날 수 없으며, 성폭력이 발생하였을 때 피해자가 문제 제기하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러한 권력적 관계 안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은 일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일탈적인 행동으로만 바라볼 수도 없다. 성문화를 돌아보고 자신을 성찰함에 있어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은, 이렇듯 성폭력이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성차별적 성문화, 그리고 위계적인 권력관계로 이루어진 사회 속에서 개인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직시할 때, 비로소 성차별, 성폭력, 성매매 등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열리게 될 것이다.


▮ 송병춘 변호사 (법무법인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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