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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_2] 35년전 판자촌시절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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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_2] 35년전 판자촌시절 약속
  • 공지애
  • 승인 2008.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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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파란집(가리봉동)
▲ 35년 전 구로동 판자촌시절 배고픔을 경험하며 자란 두 친구는 40대가 되면서 가리봉동에 무료급식소 ‘우리들의 파란집’을 오픈, 오롯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매일 따끈한 ‘사랑의 밥상’을 제공하고 있다. 안재호씨는 사업을 해서 번 돈으로 경비를 대고, 친구 최광석(사진)씨는 직접 급식소를 운영하며 더 늦기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하고싶던 어린시절 약속을 지키고 있다. 안씨는 사진촬영을 원치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 구로동 판자촌에서 어렵게 자랐던 두 친구는 도시락 한 번 번듯하게 싸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가난에 이골이 난 두 친구는 두 손을 꼭 잡고 결심을 한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꼭 우리처럼 밥 못 먹는 어려운 이웃을 돕자!”

그리고 3년 전, 두 친구는 서로 하는 일도, 사는 곳도 달랐지만 그 옛날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했던 약속을 지켰다. 그 두 친구는 안재호(42)씨와 최광석(42)씨이고, 그 결정체는 바로 <우리들의 파란집>이다.

가리봉동에 위치한 우리들의 파란집에서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따뜻한 식사를 무료로 대접하고 있다. 안재호씨는 무료급식소 운영에 필요한 일체 경비를 지원하고, 최광석씨는 무료급식소를 직접 운영한다. 음식점을 운영했던 최광석씨는 급식소를 찾는 독거 어르신이나 장애인, 노숙자들에게 매일 다양한 식단을 짜고 음식을 만들어 드린다. 그리고 이들은 다른 기관이나 개인의 후원, 자원봉사를 일체 받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 안재호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 힘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여유가 있어서 시작한 일은 아니에요. 돈 많이 벌면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언제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고, 그 때 되면 너무 늦겠다 싶더라고요. 어머님이 올해 칠순이신데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고생을 많이 하셨거든요. 어머니를 모시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우리들의 파란집에는 많이 앉아야 12명이면 급식소가 꽉 찬다. 최광석씨는 오는 손님에게 스스럼없이 “어머님” “아버님” “누이”라고 부르며 일일이 밥과 국, 반찬을 떠드린다. 1식 4찬은 기본이고, 질긴 음식은 가급적 삼가고 생선이나 나물 등 이가 없는 어르신도 씹기 편한 음식 위주로 준비한다.

“오는 분들에게 번호를 하나씩 정해드렸어요. 그래서 가끔 몇 번인지 확인하죠. 잊어버리면 식사 안 드린다고 으름장도 놓아요. 치매를 체크하기 위해서인데 그러면서 어르신들과 빨리 친해졌죠.”

이집 최고령자는 72세 따님과 함께 오시는 98세 할머니다. 매일 점심시간쯤 찾아오는 71세 한 할머니는 “손자 마냥 더 챙겨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다.”고 말하면서 “음식도 맛있고 간도 어쩜 그렇게 딱 맞는지 모른다.”며 칭찬일색이다.

찜통더위만으로도 온 몸에 땀이 줄줄 흐르는데 최광석씨는 매일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느라 더위와 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가에 미소가 지지 않는 이유는 비록 한 끼 식사지만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최고의 밥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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