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추천릴레이 _42] 윤영돈(38, 구로3동)
구로4동에서 ‘으뜸과 버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윤영돈(38) 씨는 한 살 때부터 구로에서 살기 시작, 초중고는 물론 생계를 이어가는 가게도 구로에 자리를 잡은 구로동 토박이다.구로의 변화를 죽 지켜보면서 외적인 성장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토박이답게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다.
“골목이 사라졌죠. 골목이 없다는 건 아이들의 문화가 사라졌다는 의미 아니겠어요?”
그는 살던 집이 지금의 가게터인 탓에 골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방과후 골목에 나와 줄넘기놀이, 구슬치기놀이하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던 골목이 이제는 술집으로 가득한 유흥가로 변모했다.
길 건너 구로리어린이공원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싶지만, 그것마저도 ‘절망’이라고 윤 씨는 말한다.
“공원이나 놀이터 지을 공간이 거의 없어요. 그보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놀이터에서 놀 아이들이 없다는 겁니다.”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이냐며 학부모들의 과도한 사교육 흐름에 할 말 많은 표정을 지었다.
‘경쟁’보다 더불어 노는 문화가 더 교육적이라는 게 윤 씨의 생각.
그런 의미에서 가끔 들여다보는 구로리어린이공원 속 풍경이 꽤 괜찮아보이기도 한다고.
“노숙자들과 뛰노는 아이들이 섞여있어, 부모들은 싫어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들은 부딪치지 않아요. 조화롭게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침범하지 않죠. 한 켠에 자리 잡은 할머니들의 흥겨운 노랫가락까지 흘러나오면 더 묘한 삶의 조화를 느끼게 됩니다.”
자영업을 하는 그로서는 경제가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93년부터 비디오가게를 시작, 99년부터 만화대여점을 겸하고 있지만, 몇 년사이 매출은 40%가량 줄었다고.
소비자층의 관심영역이 광범위해진 결과 아니겠냐며, 동네에서 주민들이 언제라도 찾을 수 있게 연중무휴로 운영하면서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구로타임즈에는 두 가지를 주문했다.
“지역신문으로서 의회에 대한 감시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또 학교급식 운영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길 바래요.”
19개월된 딸이 있는 그에게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딸 아이가 먹게 될 학교급식에 대한 기대가 생기는 건 당연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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