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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가 함께 사는 권회구씨댁(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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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가 함께 사는 권회구씨댁(궁동
  • 공지애
  • 승인 2008.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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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달 특집_우리가족이 행복한 이유 하나 )
한 집에 4대가 살고 있는 가정이 있다. 그것도 39대째, 450년간 궁동에 뿌리를 내려온 토박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당 한 가운데엔 유아용 자전거와 미끄럼틀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그 둘레에 목단, 철쭉, 장미, 진저, 모과나무에 울긋불긋 꽃들이 그득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도레미파솔, 신발들이 일렬종대로 가지런히 놓여있다.

“저희 사는 게 이렇습니다.”
아무리 봐도 60대 초반으로만 보이는 권회구(72)씨는 아버지 권준안(95)씨와 아들내외, 그리고 손자손녀와 함께 한 집에 살고 있었다. 그야말로 권씨 4대다.

“이 집만도 세 번째 다시 지은 거예요. 그러니 꽤 살았죠?”

권회구 씨가 나고 자란, 그리고 결혼 해 1남 3녀를 키우면서도 한 번도 이사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 여기서 손자들이 태어나고 커 가는 모습에 더욱 감회가 새롭다.

부인 이무자(68)씨는 “제가 시집 왔을 때 새집 새댁이라고 불렸어요. 한옥으로 지은 그 집은 제가 봐도 동네에서 제일 잘 생긴 집이었어요. 벌써 43년 전 일이네요.”라고 말했다.

“저희 아버지 대까지는 농사를 업으로 살아오셨어요. 저는 젊어서부터 직장생활을 했지만요.”

지금은 조그만 화공약품 업체를 꾸려간다는 권회구씨는 선조 때부터 내려온 논밭에서 가족들 먹을 농산물을 자급자족하고 있다.

이무자 씨에게 온 가족이 건강한 비결을 물었다.
“시집와서 시어머니께 장 담그는 걸 배웠어요. 그 뒤로 간장, 된장, 고추장은 늘 담가 먹죠. 밥은 서리태 등 잡곡을 먹고, 음식에 조미료를 넣지 않아요. 설탕도 가급적 줄이고요.”

방앗간에서 떡을 빻을 때도 설탕은 넣지 않는 집으로 유명하다.

권회구씨는 시집와서 시부모님, 남편 뒷바라지와 자식들 키우랴, 집안의 대소사까지 챙기는 아내 이무자씨에게 닭살스런 애정표현은 못 해도 고마움의 표시는 항상 “수고했어요!”라는 한 마디로 대신한다.

“다른 건 몰라도 결혼기념일은 잊지 않고 챙겨줘요.
“30년 전쯤 생일에 전자동세탁기를 사왔더라고요. 그 때만 해도 세탁기가 귀했잖아요. 어찌나 좋던지요. 그런데 집 새로 지으면 그 때 쓴다고 3년을 고이 모셔놨었죠.”

대가족 빨래를 도맡는 아내에게 늘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가득했던 권회구씨의 아내사랑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다.

아버지 권준안 씨는 하루 막걸리 한 컵은 기본이고, 고기 채소는 가리지 않지만 하루 세끼 소식을 한다. 식사시간만 되면 손자손녀가 증조할아버지 양손을 끌고 나온다.

“진지할아버지, 빨리 오세요.”

말이 서툴러 증조할아버지는 늘 진지할아버지가 된다. 이제 4살 5살 된 증손자들 재롱에 하루가 더 빠르게 느껴지는 권준안씨는 손주내외와 증손자들과의 주말 나들이가 가장 즐겁다.

서울 근교의 공원과 박물관이 주 코스. 증손자들이 외출 준비를 하면 먼저 나와 기다릴 정도.

4대 가정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서로를 조금만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행복을 가꾸는 권회구씨 가정.

빠르고, 쉽고, 간단하고 편안한 것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삶의 가장 큰 가치가 무엇인지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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