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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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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 건지
  • 송희정
  • 승인 2006.1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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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회 구정질문현장 이모저모
◊…의장의 호통 “무슨 생각하는 거냐.”
이번 구정질문의 유일한 큰소리는 둘째 날 의장석에서 터져 나왔다. 감사담당관과 행정관리국에 대한 질의답변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오전 11시 30분경 “한 말씀 하겠다”며 마이크를 잡은 김경훈 구의회의장은 집행부 공무원들을 향해 “의원이 자료를 요구했는데 제출이 늦은 이유에 대해 ‘결재 중’이라는 답변이 어디 있느냐.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냐. 왜 안 해주는 거냐.”라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날 김 의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금일 중에 제출하라”며 답변서 제출 기일을 못 박았다.

◊…화려한 화법, 묘한 여운
의원과의 관계를 고려해 부정적인 대답을 살짝 피해가는 국장급 간부들의 화법은 올해도 여전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중심내용을 빠트린 채 “다각도로” “긴밀히” “점차적으로” 등의 부사와 “강구하겠다.” “연구하겠다.” “검토하겠다.” 등의 동사가 흔하게 쓰였다.

이들 가운데 가장 화려한 화법을 구사한 이는 첫째 날 답변에 나선 J국장. 그는 모 의원이 구청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을 촉구한 질문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해서 강구하는 방안으로 적극적으로 해나가 보겠다”라며 답변의 끝을 맺어 듣는 이들에게 묘한 여운을 남겼다.

◊…“잘 할 수 있었는데”
구정질문이 끝난 후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의원들의 표정에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한 초선의원은 “조금만 깊이 준비해서 나갔더라면 (집행부를)꼼짝 못하게 할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며 “내년에는 분명히 달라질 테니 기대해도 좋다”라고 의욕을 다지기도. 또 다른 초선의원은 “(구정질문 끝난 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며 “질문하는 건 별로였지만 4일부터 있을 예산 심사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답변이 워낙 명쾌해서?
매년 구의원들과 집행부 공무원 간의 날선 논쟁으로 오후 늦게까지 회의가 이어졌던 행정관리국 소관 부서에 대한 구정질의가 이번 회기에서는 시작 1시간 30분 만에 종결되는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 구청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워낙 명쾌하고 핵심적이어서 의원들도 보충질문 할 내용이 없었을 것”이라며 “이는 평소 의원들과 상호 협의를 잘 해나갔기 때문이다”라고 알쏭달쏭한 내용의 자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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