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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땅 있어야 아름다운 마을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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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땅 있어야 아름다운 마을 만드나
  • 송희정
  • 승인 2006.11.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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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동 중 7개동 “땅이 없어서…” 사업포기
주민 스스로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마을을 가꾼다는 목표로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구로구 ‘우리마을가꾸기’ 사업이 관련 주체들의 아이디어 고갈과 의지 부족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본래의 취지가 퇴색돼가고 있다.

사업추진 12개동 화단조성 일색 ‘실적위주’

2006년 우리마을가꾸기 사업을 추진한 12개 동의 사업내용이 화단조성과 담장꾸미기 일색인데다 올해 사업신청서조차 내지 못한 일부 동은 “땅이 없어서…”라며 옹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어 구로지역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민관협력모델의 구축이 시급하다.

구로관내 19개 동 가운데 2006년 우리마을가꾸기를 추진한 곳은 12개 동 21개 사업에 불과하다. 애초 14개 동에서 23개 사업을 신청했으나 이중 2개 동은 개발예정지 등의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사업을 아예 추진조차 못한 7개 동 대부분은 “땅이 없어서”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올해 사업추진을 못한 동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주민자치위원회 회의를 열어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없는 가운데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물만 내려고 하다 보니 죄다 화단조성을 하려고 한다”며 “하지만 이도 마을에 공간이 남아있을 때에나 가능하지 땅이 없으면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강화된 선거법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볼멘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올해 3개 사업을 신청했다가 개인 땅이라는 이유로 1개 사업을 퇴짜 맞은 동의 한 관계자는 “선거법상 시․구유지가 아닌 개인 땅에 꽃을 심어주는 건 안 된다고 해서 한 곳의 사업을 포기했다”며 “도심지라서 가뜩이나 공터가 없는데 선거법마저 옥죄니 사업할 곳을 도통 못 찾겠다”고 말했다.

사업을 못한 이유가 이러한데 사업을 추진한 곳이라고 별 뾰족한 수가 있었을 리가 없다. 구청에 따르면 사업을 추진한 12개 동 가운데 화단조성 등 빈 땅을 활용해 사업을 추진한 동이 10곳에 이른다. 나머지 2개 동은 공동장소의 벽을 활용한 사업을 벌였다.

구로구의 한 주민자치위원은 “올해는 색다른 사업을 해보자고 해서 주민자치 위원들끼리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짜내도 결국에는 자투리땅을 활용한 사업에 의견이 모아진다”며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보니 타 지역의 모범사례를 봐도 마을에 적용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주민자치 활성화에 뜻 있는 지역인사들은 실적보고 중심의 행정문화와 관(官)이 주도하고 민(民)은 따라가는 구태의연한 민관협력시스템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마을의 전통, 문화, 공동체의식 등 가꾸고 길러야할 무형의 자산들도 많은데 꼭 땅을 찾아서 사업을 벌이는 이유는 눈에 바로 드러나는 효과를 쫒는 실적위주의 사업행태 때문이라는 것. 여기에 지역 주민들 안에서 아이디어를 구하고, 자치에 경험이 있는 젊은 활동가들을 찾아내 지원해주는 열린 마인드의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이병창 사무국장은 “마을의 공터에 꽃을 심고 가꾸는 일이 잘못됐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동당 800만원씩 적잖은 예산을 들여 수년째 천편일률적으로 화단조성 등 눈에 보이는 사업에만 매달린다는 건 우리마을가꾸기의 본래 취지를 거스르는 일”이라며 “지역의 젊은 인적자원을 발굴해 역사, 문화, 공동체, 소통 등 무형의 것들을 살려내는 사업들을 좀 더 다양하게 펼쳐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궁․ 고척2동 “눈에 띄네”
- 마을향토사지등 주민참여․ 아이디어 눈길

이러한 상황에서 같은 사업을 벌이더라도 방법적인 측면에서 주민참여를 적극 유도하거나 다른 동과는 달리 마을의 무형의 자산에 관심을 기울인 동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수궁동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김성섭)는 구비 800만원에 자비 200만원을 보태 전년도 사업에 이어 1호선 온수역 철도방음벽 벽화그리기 사업을 완성했다. 지난 9월경 먼지를 뒤집어쓴 볼품없는 방음벽을 청소하기 위해 주민 70명이 팔을 걷어붙였고, 방음벽에 매달 조형물을 꾸미기 위해 학부모, 학생 60여명이 온수초교 운동장에 그림판을 벌였다.

여기에 고척2동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유영균)는 급속한 도시화와 개발 등으로 사라져가는 향토 사료를 집대성해 오는 24일경 「고척향토사지」라는 140쪽 분량의 책자를 발간한다. 이 책자 안에는 마을의 역사에서부터 전설, 세시풍속 등 대를 이어 들려줄 마을의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고척2동사무소 조성권 주임은 “향토사에 관심 있는 마을 인사의 제안으로 지난 2005년부터 사료 발굴 등을 준비해왔다”며 “이 책이 발간되면 마을 역사에 관심 있는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대를 이어 물려줄 마을의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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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0일자 구로타임즈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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