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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특집>부정선거단속반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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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특집>부정선거단속반 24시
  • 정경미
  • 승인 2001.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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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구로을재선거열기 한복판에서 후보자들만큼이나 긴장과 바쁜 일정속에 살아야 하는 이들이 있다. 불법타락선거행위를 단속하는 선관위 단속반원들이 그들이다. 200여명에 가까운 단속반원들이 재선거현장 곳곳을 훑고 있다. 요즘 식사시간을 전후한 저녁 5시경부터 자정까지 더욱 바빠졌다는 기동단속반들의 일과를 지난 18일 오후 동행취재했다.



*** 몸싸움...험악...경찰까지 투입****







▶ 10월 18일 오후 5시

구로을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기동단속반 팀 10여명이 일제히 민주당 김한길 후보의 1차 정당연설회에 투입됐다. 주로 제보와 신고에 의해 출동하는 기동단속반이지만 중앙당의 정당연설회 때만큼은 특별한 사항이 발생되지 않는 한 전원 출동하고 있다. 모두들 긴장 속에서 유세장에 몰린 사람들 사이사이로 단속 인원을 투입시킨다.

30분 후. 기동 단속반 레이더에 수상한 집단이 포착됐다. 어느 단체에서 기금마련을 위해 차를 팔러 왔다는 주부 집단이었다. 선거 유세장의 무료 음료 제공은 선거법 위반 사항이다.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는 모습이 단속반 눈에 띄었다. 사실여부 조사를 위해 집단 몇 몇의 이름과 전화번호, 소속 등을 요구한다. 주부들, 황당하고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옮긴다. 단속반원들,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당연설회에 대중가수 공연이 있다는 사실이 입수됐다. 단속반원 한 명이 민주당 관계자를 만나 가수공연을 취소시켰다. 정당연설과 아무 상관없는 대중 가수 공연 등도 정치적 질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것이 선관위 단속반관계자의 설명이다.

▶ 저녁 8시.

민주당 정당연설회가 끝났다. 단속반원들은 즉시 운동원들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일렬로 행진하면서 도로를 점령한다든가, 구호를 외치는지. 이도 선거법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운동원들의 해산을 확인하고서야 단속반원들은 철수를 한다.

▶밤 9시.

선관위 사무실로 들어갔다가 일부는 민주당 정당연설회 상황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남고 저녁을 먹기 위해 구로구청 인근 음식점에 들어갔다. 언제 출동명령이 떨어질지 몰라 면류 등은 절대 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다녀 와서 먹으려 해도 불어서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밤 9시 10분

식사가 나온 지 10분도 채 안돼 한 기동단속반원의 핸드폰에서 벨이 울렸다. 저마다 불안하게 통화자를 쳐다본다. 제보전화가 걸려왔다는 말과 함께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모두들 밥숟가락을 놓고 즉시 제보현장으로 달려간다.

▶밤 9시 20분

구로4동 모 뷔페 앞에서 기동단속반 차량이 멈췄다. 친목회 이름을 내건 저녁 8시 예약 모임이었다. 정당 연설회가 끝난 바로 그 시간이다. 모임 인원은 55명, 그들의 음식값은 618,000원이었다. 일부 기동단속반원은 혐의를 잡기 위해 친목회원들의 조사에 나섰고, 일부는 현장을 담기 위해 무비카메라를 작도시켰다. 무비카메라가 뷔페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친목회원들은 친목회를 방해했다며 기동단속반원들을 순식간에 밖으로 밀어내 버렸다.

카메라를 찍지 못하게 하기 위한 친목회원들과 그 상황 또한 그대로 담아내려는 단속반원들 간에 실갱이가 계속되면서 분위기는 점점 더 험악해 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112 순찰차와, 구로경찰서 수사과 형사들도 투입됐다.

1시간 30여분동안 계속된 이번 사건은 타 현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선거부정 혐의를 입증할 정확한 증거자료는 찾을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사건에 대한 확신만을 가지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 밤 11시

선관위로 돌아온 단속반원들은 서로 알아낸 친목회원들의 인적사항을 집결시켜 조사에 착수했다. 이렇게 조사에 들어가면 4~5일은 지나야 한 건이 해결된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 30분 후, 당직자만을 남겨둔 선거단속반원들은 다음 날 아침 7시30분부터 시작되는 순찰을 위해 빠른 발걸음으로 심야의 귀가 길를 서둘렀다. 오늘도 선거단속반원들은 새벽빛이 옅게 깔린 하늘을 보며 집으로 향하고 있다.



newsgirl@kur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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