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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가슴안고 발 동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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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가슴안고 발 동동 ”
  • 구로타임즈
  • 승인 200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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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어린이집 학부모운영위원회 김은경회장
<주민의 소리> 미래어린이집 엄마들의 한달간의 기록

“이 나라 현실이, 엄마들을 발로 뛰어다니게 만들더군요”

지난달 28일 구성된 미래어린이집 운영위원회 김은경(35·구로6동) 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절망과 희망이 교차했던 지난 한달을 이렇게 술회했다.
김 회장과 미래어린이집 학부모들에게 지난 한달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고행의 연속이었다.

“무슨 일이냐, 뭐가 문제냐고 묻는 이들은 많아도 도와주겠다고, 함께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몇 사람 없더군요. 답답하고 한심해서 다른 엄마들과 함께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고, 각종 기관의 문을 두드려보고, 어린이집 관련 이미 동일한 사태를 겪었던 선배 엄마들을 만나고...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학부모들의 발품을 통해 일궈낸 일이었다.

“엄마들이 수차례 전화를 넣어 국회의원이 다녀갔지만 ‘일 해주겠다’고 약속만 했지 실제로 일 해준 건 없어요. 구청 감사결과에 정말 아닌 내용들이 많았는데도 누구하나 공식적인 입장 표명 한 번 없구요. 아, 내가 사는 구로구가 이런 곳이구나, 우리나라가 이렇구나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내려앉아요”

김 회장은 대화 도중에 책상 한켠에 놓인 낡은 노트를 내밀었다. 또박또박 쓴 글이 한권 빼곡히 적혀있었다.

“어린이집 관련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무조건 기록해요. 나중에 정보가 되니까요. 뭘 알아야 제대로 말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지, 가만히 있으면 함부로 해도 되는 줄 알고 무시하고, 부풀리고, 속이는 게 이 나라 현실이더군요”

김 회장을 비롯 미래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이미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나긴 싸움에서 또 어떤 문제에 봉착하게 될지, 그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또 얼마나 상처를 입을지 알 수는 없지만 무엇을 위해 싸움을 계속해야 할지는 또렷하다.

“다시는 미래어린이집에서 이런 일이 안 생기게 해야죠. 그리고 구로구의 모든 어린이집에서 이런 일이 안 생기게 해야겠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집에서도 이런 일이 안 생기게 해야죠. 우리 학부모들이 겪는 지금의 고생이 그런 세상의 밑거름이 되면 좋겠네요”
<송희정 기자>missson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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