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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98]남구로상인회 여성연주단 '앤돌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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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98]남구로상인회 여성연주단 '앤돌핀'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5.01.23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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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밖에 몰랐던 손' 기타선율에 흠뻑

늦은 시간까지 구로2동 새마을금고 지하 강의실에서 기타소리가 울려난다. 남구로시장에서 장사를 마친 여성상인들 10여 명이 오경자 강사의 지휘에 따라 기타와 하모니카를 배우는 연주소리다. 기타는 서울찬가를, 포크기타는 첫 곡부터 난이도가 좀 있는 'take me home, country road'라는 포크송이다. 이제 한 달 반 정도 배웠다는데 벌써 몇 가지 코드를 섭렵했는지 보통 솜씨가 아니다.

오경자 강사는 회원들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수업은 진행하고, 수업 틈틈이 회원들이 코드를 맞게 잡았는지, 악보를 제대로 보고 있는지 확인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회원들은 힘든 장사를 마치고 온 뒤지만 표정에서는 지친 모습을 볼 수 없다. 남구로 시장 상인회 여성부 회원인 이들은 18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10여 명이 남았지만, 회원들의 만족도는 200%이상이다.

상인회 이사 이매향(63, 여성부 회장) 씨뿐 아니라 50~60여 명의 남구로시장 상인들이 상인대학 1, 2기를 배우고 함께 졸업하면서 친해져 지난해 8월에 여성부까지 결성하게 됐다.

상인대학을 다니기 전엔 같은 시장에 있으면서도 누가 누군지 잘 몰랐다는 이들은 이제는 형님 동생 친구로 서로 챙기며 지내고 있다.

"이왕 결성했으니 악기도 배워 어려운 분들 찾아가 연주도 하면 좋겠다는 양경용 상인회장님의 의견에 모두 뜻을 같이 했어요. 그러다 지난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하러 구청에 갔을 때 취지를 말씀드리니 구청장님이 바로 오경자 교수님과 연결시켜주셨어요."

구로타임즈(613호)에도 소개가 된 특별한 맛의 장충동한방족발집을 운영하는 유순자(58) 씨는 종일 일만 하다가 하모니카와 기타를 배우면서 이 시간이 기다려진단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이제는 어디서 음악소리만 들리면 무슨 코드로 연주하는 건지 세심하게 듣게 되고 들리더라고요. 음악방송에서 기타연주자들이 나와도 자세히 보게 되고요."

33년을 한 자리에서 신발집을 운영해 온 최아섭(63) 씨는 이제 손님 발만 봐도 맞는 사이즈의 신발을 척척 가져다 줄만큼 달인이 됐다. "하루하루 하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천직인가봐요. 하하."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살았는데 이제는 좌우를 돌아보며 살자는 마음에 상인회 일에도 앞장서고, 회원들도 챙긴다.

"저도 장사밖에 몰랐어요. 기타도 생전 처음 잡아본 거예요. 그런데 오 교수님 만나 쉽게 배우게 됐으니 행운이죠." 김천에서 메주를 띄워와 된장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이조된장 이은경(58) 씨는 처음엔 끝까지 못할 줄 알았단다. 게다가 어디가서 노래 한 번 안 불러봤을 정도로 싫어했는데, 수업시간에는 기타연주와 노래를 함께 해야했다. 동료들과 함께 부르는 거니 용기 내어 시작했다. 이제는 노래방에서 혼자 소리지르며 연습할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고, 오경자 강사가 지휘하는 구로여성합창단에도 입단할 것이라며 행복해 했다.

남원상회에서 30년간 채소만 다뤄온 유정순(62) 씨는 항상 싱싱하고 깨끗해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많다. "취미는 배우고 싶어도 시간이 안 맞았는데, 우리 상인들 영업 끝나는 시간에 수업을 하니 도전해봤죠. 교수님도 다정다감하게 지도해주고, 회원들 만나는 것도 좋아서 오는 시간이 즐겁죠."

회원들은 수업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면서, 주 2회 수업도 3회로 늘리면서까지 배움에 열심이다.

이매향 회장도 왼손가락이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에 절대 빠지지 않는다. 기타를 둘러메고 나오면 마음이 찡할 정도로 감격스럽다고 말하는 이 회장은 마음의 청춘은 이제부터라고 웃으며 말했다.

■ 회 원
      이기옥 유순자 유점순 유정덕
      이은경 최경자 이매향 박정숙
      박봉자 최아섭 홍경숙 김희영
      안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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