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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 27]조해실씨, 우리동네 행복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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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 27]조해실씨, 우리동네 행복전도사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4.01.13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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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해실언니'로 불리는 조해실 씨는 통장·반장도 아니고, 부녀회장도 아니지만 동네해결사다.

고척2동에서 9년을 살았지만 토박이 보다 아는, 아니 친한 사람이 더 많다. 새벽 4~5시면 일어나 동네 청소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녀는 집 앞 주차라인 하나에 집안 화분을 잔뜩 내와서 아침마다 물을 준다. 그리고 출근하는 이웃에게 꽃보다 더 활짝 핀 웃음으로 아침인사를 한다. 꽃 앞에서 누구든 마음이 열린다는 것을 아는 그녀는 그렇게 이웃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올해 칠순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해 외모는 물론 사고까지도 젊은이 못지않다. 외출할 땐 언제나 사이클을 이용하고, 양쪽 귀에 피어싱을 3개나 뚫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30~40대와도 대화가 잘 통할 정도로 사고가 열려있고, SNS에서 이모티콘까지 보낼 정도로 센스가 이만점이다.

아침에 다니는 에어로빅반에서도 젊은 엄마들에게 "우리는 같은 동지니까 어르신이라고 부르지마! 그리고 특별대우도 하지마라!"라고 먼저 웃으며 다가가니 '해실언니'로 통할 수밖에. 아침 운동을 마치고, 오후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집을 둘러보거나, 집으로 초대해 차 한 잔 마시면서 인생상담을 해준다.

얼마 전 갑상선 수술을 받은 40대 후반의 이웃집에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가서 눈에 보이는 대로 집안일을 도와주었다. 빨래를 걷어 개고, 구멍 난 옷을 꿰매주면서, "아이고, 이집 오늘 횡재했네. 공주야, 뭐 먹고 싶어! 김치전 해줄까?" 이웃집 모녀를 들었다놨다하면서 눈과 손은 연신 무엇을 도와줘야하나 찾고 있다. 순식간에 김치전 14장을 부치면서도 힘든 내색하지 않는다.

그녀의 오지랖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도 항상 웃고 있으니 말을 거는 승객이 있고, 그러다보면 연락처를 주고받기도 하고, 법원에서 이혼을 결심한 여인에게 다가가 위로와 다독임으로 마음을 돌이키도록 하기도 한다.

부부싸움이 난 집에 들어가 말리려다 타박상을 당한 일도 있었는데,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내 화해시키고 돌아왔다. 이웃의 행복이 내 행복이고, 이웃의 기쁨이 내 기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오늘도 잘 놀았다'로 일과를 마친다.

"모르겠어요. 그저 제 마음처럼 대하니까 주변에 항상 사람이 많았어요. 그리고 저랑 있으면 그렇게 재밌고 기분이 좋아진다네요." 다정다감한 면이 그녀를 해실언니로 불리게 했다면, 쾌활하고 화통해 때론 '조형'으로도 호칭한다.

젊어서부터 자녀를 키우며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았지만, 마음은 언제나 긍정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늘 마음에 담고 살았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오늘 죽네 사네 해도 내일이면 지나간다. 그러니 화낼 거 없다'

내 발로 걸어다닐 수 있으니 행복하다는 그녀의 건강유지 비결은 끊임없는 운동이다. 30대 초반에 사이클을 시작으로, 수영, 에어로빅 등 운동을 꾸준히 해와서인지 꼿꼿한 허리에 흐트러짐 없는 자세, 걸음걸이도 사뿐하다.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를 입에 달고 다니는 그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한 마디 건네준다.

"현실을 피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라. 신랑 출근할 땐 아무리 힘들어도 현관까지 나가서 뭐가 안 묻었어도 어깨 한 번씩 털어주면서 인사해줘라. 조금이라도 내가 달라지면 상대도 달라진다"고 이야기하며 조해실 씨는 한 손으로 사이클을 끌고 입가에 웃음가득 머물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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