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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18]제2의 고향에 사는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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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18]제2의 고향에 사는 보람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3.08.12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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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기덕씨(57, 구로3동)

"구로구에 28년을 살았어요. 처음엔 잠만 자고 출근하는 곳이었는데 12년 전 구로3동에 음식점을 오픈하면서 24시간을 구로구에서 지내다시피하고 있지요. 그동안은 객지생활이라 여겼는데 이제는 고향에서보다 더 많이 살아 제2의 고향이 되었어요. 그리고 고맙게도 그 동안 장사가 잘 되었으니 구로에 진 빚을 갚자는 마음으로 봉사를 하는 거예요."

어려운 이웃에 기부만 하던 채기덕 씨는 그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7년 전, 구로3동 복지위원으로 위촉받아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부모님이 안 계신 가정의 아이들에게 밥하기, 빨래하기, 청소요령, 목욕하는 법 등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지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찾아가 돌보고, 도와주고, 생활상식을 알려주는 위기가정, 결손가정 등에 돌봄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면서 구로구 자원봉사협력단이 출범할 즈음 '재해나 인재 등 지역을 위해 언제든 출동한다'는 취지가 좋아 초창기부터 활동해왔고, 3년간 구로3동자원봉사협력단(이하 협력단)단장으로 협력단을 이끌어왔다.

"저희 협력단에서는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특히 헬렌의집, 나우리의 집 장애우들과 1년에 두 번 농촌체험을 다녀옵니다. 감자도 직접 심어보고, 포도도 따보고, 먹고 가져오고요. 흙투성이가 되었으면서도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면 저희도 감격스럽죠." 그리고 헬렌의집 텃밭에 상추 쑥갓 토마토 등을 심어 '도시농원가꾸기' 활동을 함께 해왔다. 이번 주말엔 김장배추랑 무, 갓 등을 심어 가을에 직접 캐서 김장도 담을 계획이라고.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아버지가 일하러 나가면 아이들은 그냥 방치된 채 지내는 가정이 있었어요. 빨래는 안 해서 쉰내가 나고, 화장실은 지저분하고, 부엌에는 벌레가 다니고요. 그 가정에 저희 단원들과 가서 도배와 청소도 하고, 장롱정리까지 해주고나니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도와줄 것이 있다는 게 보람되더라고요." 채기덕 단장을 비롯한 협력단의 이러한 희생과 수고로 작년에 구로구 최우수 자원봉사협력단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골 농장에서 캔 감자와 옥수수 등을 철마다 쪄서 구로3동 노인정 10곳에 갖다 드리고, 두 달에 한 번, 지역 어르신들께 점심대접을 하는 '효잔치'를 열어드리는 채기덕 씨는 부모님을 모두 여의다보니 어르신들에게 더 잘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봉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는 얼마 전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자 결성한 '구로3동 장학회' 회장을 맡았다. 8월 8일 출범식을 갖고, 관내거주하는 성적우수학생과 생활곤란학생 10여 명에게 장학금 등을 지급할 예정이다.

"봉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더라고요. 그런 분들과 이웃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소원이라면 평생 이분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거예요." 소박하지만 소중한 그의 꿈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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