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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 5] "시어머니는 내 보물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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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 5] "시어머니는 내 보물 1회"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3.01.14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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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자마자인 22살 꽃다운 나이에 구로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김숙자 씨는 구로구에 44년째 살고 있다. 그리고 시어머님을 모시고 산 세월도 똑같다. "결혼할 때 남편의 조건이었거든요." 시어머니 허범순 씨는 올해 97세가 됐다.

"살아가면서 고마운 사람을 적어보내달라"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서슴없이 시어머니를 써낼 만큼 김숙자 씨의 시어머니 사랑은 대단하다. 심지어 보석1호라고 표현한다.

"시어머니랑 같이 사는 친구들은 옷을 사가면 어머니 보실까봐 숨겨들고 간다는데 저는 안 그래요. 가져가서 어머니께 이쁘냐고 물어봐요. 거리감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고 살아요. 진실은 통하더라고요."

요즘은 귀가 어두워 작게 얘기하면 잘 못 들으시고 큰 소리로 얘기하면 서운해하신다. 그걸 이해 못하는 남편을 다독이는 것도 김숙자 씨 몫이다. 어머니가 100살을 사신다면 이제 3년밖에 안 남았다며 말이다.

"그런데 공짜가 없더라고요. 제가 힘든 만큼 아이들이 바르게 컸고, 다 잘 됐어요. 아이들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부모님이라고 얘기해요. 내가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오래 산 세월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어디 나가도 어르신만 눈이 들어와요."

2남1녀를 둔 김숙자 씨는 이제 자신도 어엿한 시어머니가 됐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며느리도 부모님 공경을 잘 하니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없다고 말한다.

"어른 모시는 기회는 아무나 가질 수 없어요. 살아 계실 때, 기회가 왔을 때 잘 하면 훗날 후회가 적죠. 그리고 아이들이 그대로 배우고 자라기 때문에 따로 말할 필요가 없어요." 고부 사이를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본 딸이 '엄마가 할머니 잘 모시는 모습 보면서 나도 시어머니랑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다.

시어머니 하루 세끼 식사며, 이것 저것 챙길 것도 많지만 김숙자 씨는 17년동안 복지관, 병원, 독거어르신 등을 찾아다니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다. 힘든 만큼 하고 나면 즐겁다. 그래서 힘이 있을 때까지는 계속 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한다.

한 드라마에서 "고소공포증보다 무서운 것이 시월드 공포증"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고, 며느리들은 시금치만 봐도 경기를 일으킨다는 말에 공감하는 요즘. 김숙자 씨는 오히려 시어머니와의 찰떡궁합으로 가정의 화목을 평정한 지혜로운 아내이자, 며느리, 그리고 시어머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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