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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87] '나홀로 아파트' 행복 쏠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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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87] '나홀로 아파트' 행복 쏠쏠 왜?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2.08.20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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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부녀회장 모임

 바람 한 점 없던 폭염이 서서히 지나가고 조금 선선한 바람이 숨통을 다소 틔워주던 어느 여름 한낮, 구로5동 가로공원 배드민턴장 앞 그늘 진 정자에서 자그마한 오찬이 열렸다. 회원들이 각자 삶은 국수, 고명과 양념장, 김치에서부터 옥수수, 뻥튀기 등 간식까지 하나씩 준비해 온 것을 상에 올린다. 푸짐한 한 상이 마련되자 입도 마음도 즐거운 식사시간. 두런두런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구로5동에는 나홀로 아파트(300세대 이하의 아파트)가 더러 있다. 지난 2009년, 심춘섭 전 동장 권유로 8곳의 나홀로 아파트 부녀회장이 모임을 결성했다. "한마음 한 뜻으로 뭉치자는 의미로 한마음부녀회장 모임(이하 한마음)을 만들었어요. 세대수가 얼마 안 되다보니 어떤 일을 결정하거나 추진할 때 어려움이 많은데 십시일반이라고 아파트 부녀회가 함께 하니 서로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되더라고요." 김순자 회장(66, 새솔금호아파트)은 모임의 맏언니로서 지혜롭게 회원들을 잘 다독인다.


 "모임에서 나온 건의를 주민센터에 전달해 6613번 버스노선이 조정되고, 안전취약지구에 CCTV가 설치되기도 했어요. 아파트 관리비나 알뜰장, 재활용 문제 등 아파트 관리와 관계된 일이나 서로 다양한 정보교환도 하고 필요할 때 도움도 주고받죠"


 임오순 씨(63, 쌍용아파트)는 구로구민으로 산 지 어언 38년. "구로엔 싸고 물건 좋은 재래시장이 있고, 서민이 살기 좋은 동네"라고 말하는 임오순 씨는 "교회·운동 동호회와 이웃 주민 등 모임과 지인도 많지만 '한마음'만큼은 빠질 수 없는 소중한 모임"이라고 강조한다. "당시는 부녀회장의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관계가 깊어지다보니 이제는 부녀회 활동 여부를 떠나 매달 만나고 있어요. 또 가을엔 절임배추를 직거래로 공동구매해 신선하고 좋은 상품을 싸게 구매하고요."


 안숙희 씨(59, 엘지자이)는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부터 부녀회 활동을 시작해 벌써 8년이 되었다. 이웃을 잘 모르니 부녀회 활동을 하며 친해지기 위해서였다.


 이정자 씨(57, 금호어울림)는 성향이 비슷하고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잘 맞는다고 말한다. 도서관 사서로 자원봉사활동을 많이 한 이정자 씨는 구로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가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무 이유도 없고, 따지지도 않다보니 이사를 가거나 부녀회 활동여부와 상관없이 모임이 이어지고 관계가 끈끈해지더라고요."


 최윤정 총무(52)는 "다솜아파트에 살 때 활동을 했었는데 지역 문제 뿐 아니라 자녀문제나 생활고민을 나누고, 주부선배들의 조언이 도움이 많이 돼요." 지난해 이사를 한 최윤정 총무 집들이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회원들 집에서 모임을 갖게 되었고, 서로 정성스레 준비한 식사를 나누다보니 정말 식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한혜숙 씨(60, 대성아파트)는 집에서 평소에 노인정 등에 음식을 잘 해 나르는 등 봉사가 몸에 배인 부녀회장이다. 매년 된장 고추장는 물론 포도· 매실엑기스, 양파즙을 담가 먹는 도시에 흔치않은 착한 주부다. "우리 부부가 성인병이 있어서 병원 다녀도 차도가 없었어요. 그러다 딸이 고3때 스트레스로 비만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식이요법으로 '다시마 멸치 버섯' 넣고 환을 만들어 먹였어요. 그 덕에 딸도 30kg이나 빠지고, 우리도 건강이 좋아졌어요."


 한마음 회원들은 해마다 연말에 성금을 모아 주민센터에 전달해 불우이웃을 돕는다. "요즘 가로공원 배드민턴장에는 운동하는 사람도 없는데 새벽2~3시까지 조명이 훤하게 켜있어요. 전기료가 낭비되는 거 같아 아깝더라고요. 구로5동에 수영장이 없어 주민들이 불편해해요." 매달 모여 회의를 하지만 매달 또 의견들은 끊이지 않고 쏟아져 나온다. 내가 느끼는 불편이 곧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이고, 내 의견이 곧 주민들의 생각일 거라는 마음이 이들을 더욱 '한마음'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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