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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67] STC족구회, "족구는 나의인생 … 아내보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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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67] STC족구회, "족구는 나의인생 … 아내보다 좋아요"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2.03.23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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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전이었다. 점심을 먹고 동네골목에서 족구를 하다 일이 커졌다. 동네족구 일 년 만에 족구회가 결성됐다. '신도림테크니컬클럽'의 약자인 'STC 족구회'다. 회원은 30~50대 남성이며, 대부분이 신도림동에서 금속 가공업에 종사하고 있어 일에 있어서도 상부상조한다. 회원 중에는 자율방범이나 새마을운동, 청소년육성회 등에서 활동하거나 개인적으로 봉사하는 회원들도 많다. 낮에는 생업으로 신도림동 경제를 살리고, 밤에는 봉사로 지역 치안을 살피는 신도림동의 보배다.


 STC족구회 역사의 산증인 양인현 씨(50)는 제2대 STC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온라인카페지기를 맡고 있다. 그는 매번 출석상을 놓치지 않을 만큼 연습에 빠지는 일이 없다.


 이봉수 씨(50)는 구로구에 직장이 있거나 살지도 않지만 단지 양인현 씨의 고향친구라는 이유만으로 STC에 들어왔다. 동문회에서 양인현 씨의 족구실력에 감탄한 이봉수 씨는 "너처럼 족구 잘하는 친구는 처음 봤다"며 당장 STC에 가입한 것. 공격수인 양인현 씨는 STC에서 '족신(족구의 신)'이라 불린다.


 진기식 씨(34)는 친형 진태식 씨(41)가 족구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STC에 합류했다.


 "처음엔 발전기 사다 놓고 어둠을 밝히던 시절이 있었죠. 4년 전에 전 구청장님이 운동을 하다 이 모습을 보고 감동받아 조명을 달아주셨어요."


 류봉승 회장(50)은 회원들의 족구사랑이 신도림 뿐 아니라 구로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말했다. 안양천 B구장에서 수요일저녁 7시부터, 토요일 오후2시부터 족구 연습을 하는데, 끝나는 시간은 '공이 안 보일 때까지'이다. 비가 오면 다리 밑에서, 눈이 오면 눈을 치우고 연습한다. 천재지변이 아니고서야 STC에게 중단은 없다. 봄 가을로 열리는 가족동반 야유회도 장소 선정 제1조건이 '족구장 완비'이다. 토요일은 보통 오후11시까지 연습을 하는데 그것도 모자라면 새벽1시까지 안양천을 사수한다. 그렇다고 종일 운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름엔 자장면이나 치킨을 시켜 먹고, 겨울엔 회원들이 보쌈, 굴전 등 음식을 해와 나눠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이윤권 씨(50)는 족구하면서 요리실력이 좋아져 지금은 아내에게 한 수 놓을 정도란다.


 "족구는 어디서든 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필요하진 않아요. 그리고 격한 운동이 아니라 부상위험도 별로 없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죠." STC감독 권순도 씨(47)는 "구청장기배, 안양천배, 서남권대회 등 일 년에 몇 차례씩 각종 대회에 나가는데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족구계의 레알마드리드"라고 STC의 족구실력을 귀띔한다.


 "족구는 인생이다. 아내보다 좋다"며 양인현 씨가 폭탄선언을 한다. 봄에는 파릇하게 올라오는 풀을 보며 뛰고, 여름엔 오색만발한 꽃향기를 맡으며 뛰고, 가을엔 곱게 물든 단풍을 보며 뛸 수 있어 사계절을 족구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 회원  
     강동국 강석렬 권성기 권수도
     김경수 김기상 김맹근 김석경
     김영기 김중근 변동국 서광석
     송일훈 양인현 오대호 유종수
     윤동진 이강주 이강현 이동욱
     이봉수 이성규 이윤권 진기식
     진태식 최경수 황재용 황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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