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대한적십자사 신도림봉사회(이하 봉사회)에서는 지역 어르신 41분을 인근 찜질방으로 모셨다.
안명선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어르신들에게 목욕과 이미용봉사를 해드렸다. 말끔히 씻은 뒤 식사까지 대접하면서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고, 돌아가실 땐 기념품까지 챙겨 드렸다. 이처럼 봉사회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어르신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회원 중에는 지역에 사는 어려운 독거어르신 여섯 분과 일대일 결연을 맺어 수양딸처럼 지내고 있다.
가순덕 지구회장 겸 고문(58)은 72세 되신 할아버지를 5년간 매주 찾아 뵈어왔다. "자식은 있지만 돌봐주지 않아 정부 혜택을 못 받았어요. 갈 때마다 드시기 편한 죽이나 입맛 도는 오이지 등을 골고루 해드렸어요. 그리고 이번엔 뭘 더 해드릴까 하고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찾아갔더니 그새 돌아가셨더라고요."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그 뒤 다시 결연을 맺은 할아버지를 통해 다시 위안을 얻은 사건이 있었다. "추석에 어르신들 몫으로 나온 재래시장 상품권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장애인 여성에게 주라며 선뜻 내놓으시더라고요. 가슴이 찡하고 따뜻해졌어요."
이병의 고문(54)은 초대회장으로 지난 2004년 이 모임을 꾸린 장본인이다. 지역에서 30년을 넘게 산 이 고문은 동네를 다니며 봉사에 뜻있는 이웃을 무려 45명이나 모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는 5년 전 쯤, 지역과 단체의 후원을 받아 급식차를 대절해 신도림동 어르신을 초청해 식사대접과 빨래 봉사를 해드린 것이다. 회원들은 집에서 음식을 한 두 가지씩 해왔고, 1천 여분이 참석한 큰 행사였다. 이날 남은 회비 50만원으로 무엇을 할까 회의를 하는데 회원들 모두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할아버지 혼자 사는 집이었는데 재개발한다고 집주인이 수리를 전혀 안 해준 거예요. 천정에는 비가 새고 창문은 깨지고, 곰팡이가 슬어 도저히 할 수 없는 집에 살고 계셨어요. 회원들은 이 광경을 보고 모두 당황했었죠. 집수리는 물론 회원들은 십시일반 집에서 그릇과 가전제품 등 살림살이를 가져왔고, 김복순 회원 남편이 기증한 방수천막으로 지붕이 새지 않도록 해주었어요."
회원들이 일심동체로 참여한 결과 수혜 할아버지는 활기를 되찾아 보람이 있었다고 이 고문은 말했다. 그 뒤로 집수리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뭔지도 모르고 이 고문 소개로 가입했던 김복순 씨(53)는 봉사를 하면서 마음이 행복해지고 풍요로워졌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아이들과 함께 봉사하다보니 딸은 지난해 행정안전부 장관상까지 받았다.
오명애 씨(45)는 봉사하다가 임신하게 됐고, 그 아들이 벌써 8살이 되었지만 봉사에 열심이다. 오 씨는 봉사를 하면서 마음이 너그러워졌고, 남편은 아내의 봉사하는 모습을 자랑스러워한다.
안명선 회장은 결연을 맺은 할아버지에게 1주일에 한 번씩 자녀와 함께 찾아가 묵은 빨래와 청소, 밑반찬을 챙겨드리고, 말벗을 해드렸다. "수능 공부하는 아이를 위해 기도해주겠다며 마음 써주는 모습에 이제는 한 가족같다."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앞으로는 보육원을 정해놓고 목욕, 식사 등 엄마처럼 돌봐주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안 회장은 학창시절부터 장애인 이동도우미 등 30년 가까이 봉사를 해왔다. 그러다보니 고3 딸도 봉사가 몸이 배어 사회복지학과를 지원한다고.
대한적십자사신도림봉사회는 회원층이 젊어 활기가 넘치고, 가족과 함께 참여하면서 산 교육의 현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