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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37] '나는 합창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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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37] '나는 합창단이다'
  • 송지현 기자
  • 승인 2011.06.20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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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2동 여성합창단

 지난 5월 6일 열린 고척2동 능골철쭉제를 찾은 주민들은 두 번 깜짝 놀랐다. 잘 알지는 못해도 한번쯤 들어봄직한 연예인 가수라도 등장할 줄 알았던 개막식 무대에 꽃중년의 아줌마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우아하게 뽑아내던 타령과 가요에 또다시 넋을 잃고 말았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고척2동 여성합창단. 지난해 12월 27일 첫 모임을 가진 이들은 1월 첫째주 월요일부터 연습에 돌입했고 4개월만에 마을축제인 능골철쭉제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이후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고척2동 왕준기 음악연구소 녹음실에서 맹연습을 하고 있다.


 합창단 지도를 맡고 있는 왕준기(62) 명지대 실용음악과 부교수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배세영 구로4동장과 함께 새로 부임한 고척2동 구선완 동장 환영회를 하면서 '동네에 아줌마 합창단 만들까' 한마디에 일이 그만 이렇게 커져버렸다. 구선완 동장의 적극적인 후원과 지지에 힘입어 일사천리로 진행된 고척2동 여성합창단은 '아마도' 동네 아마추어 아줌마 합창단으로는 유일할 것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노래교실인 줄 알고 왔다가 가곡만 부르자 그만 둔 아줌마부터 이유도 알 수 없이 안나오는 이들까지 부침을 겪다가 지금은 25명 내외의 안정적인 합창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합창을 배우면서 개인 실력이 부쩍 느는 것은 당연했다. 합창단 모집공고가 나자마자 달려와 첫 번째 신청자 기록을 가진 김영미(49) 씨는 얼마 전 6월 황금연휴 때 가족모임에서 노래방에 갔다가 이곳에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한 것. "완전 신났어요. 매제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니 어깨가 으쓱해지던걸요."


 여기저기서 고척2동 주부들의 자존감만큼은 확실히 높여줬다고 아우성이다. 말 그대로 '문화테라피'의 톡톡한 효과를 맛보고 있는 중이다.


 "밤에 나가는 것 싫어하던 남편이 이제는 아무말도 안하네요. 언제 오냐고 귀찮게도 안하고요."
 "그렇죠? 이전엔 밤 마실 생각도 못했는데, 안가냐고 챙겨주기까지 하네요."
 "그것뿐인가요. 월요일 저녁 설거지는 이제 남편 몫이 됐어요."
 "이 집 아줌씨 남편은 공연 있다니깐 자동차로 데려다주고, 비디오 찍더니 편집까지 해줬다니까."


 안에서 대우 받고 밖에서는 실력 인정 받으니 이만한 행복이 어디 있냐며 이들의 수다는 끝날 줄 모른다. 이들의 행복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합창단 총무를 맡고 있는 최철희(54) 씨는 "고척2동으로 이사온 지 얼마 안돼 별로 아는 사람도 없잖아요. 그랬는데 길 가다 아는 사람 만나니 너무 반가운 거 있죠. 이제 좀 고척2동 주민이 된 것 같아요"라며 동네의 진한 향기에 푹 빠졌다.


 올해 말 동네 합동송년회에서 이들은 다시 한번 주민들을 위한 공연에 나설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에 제대로 사고 칠 준비를 하고 있다. 전국합창제 순위권이 이들의 목표다.


 왕준기 교수는 "불과 5개월만에 상당한 실력에 올랐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며 30대부터 50대까지 꽃중년 아줌마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회원]

 ·교수  왕준기    ·회장  안송근    ·총무  최철희
·회원  김영미 김갑련 이경미 윤수진 이성경 양연욱 윤태순 유맹자 윤민자 전영희 손기밀
             전은선 임문주 양    경 한옥경  문미경 오나희 한효숙 오세자 정순란 김영숙 최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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