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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81] 우울증에서 '봉사 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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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81] 우울증에서 '봉사 왕'으로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1.01.1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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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왕 수상한 김해옥씨 (신도림동)

 김해옥 씨(59, 신도림동)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2010자원봉사자대회'에서 5천 시간 이상 자원봉사자에게 주는 '봉사왕'을 수상했다. 만 11년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온 것이 어느덧 5천 시간을 훌쩍 넘긴 것. 5천 시간을 날짜로 계산하면 209일을 꼬박 봉사한 셈이며, 달로 따져보니 7개월 내내 24시간 쉬지 않고 봉사했을 때 가능한 시간이다.


 "사실 처음엔 저를 위한 봉사였어요. 결혼 후 집에서 뜨개질 바느질 등 부업을 많이 해왔지요. 그런데 차츰 몸이 퉁퉁 붓고, 12년 전엔 우울증을 동반한 신경증이라는 병명까지 진단을 받았어요. 사람들과 말도 하기 싫었으니까요. 그래서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활동하자는 마음으로 이미용 기술을 배워 봉사활동을 시작했지요."


 봉사를 하면서 살이 빠지고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면서 몰라보게 말수도 늘었다.


 "제가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이제까지 그 분들이 저에게 생명의 끈이 되어 주신 거예요. 그분들 덕에 살았으니 이제 제가 그 분들에게 보답할 차례예요."


 남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 왕복 2시간이 걸리는 복지관 이미용 봉사를 다니면서도 오가는 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김해옥 씨는 복지관 두 곳에서 만 11년째 이미용봉사를 해왔고, 구로노인정에서도 매달 2회 빠짐없이 봉사를 다닌다. 시립미술관 안내봉사를 10년간 해온데 이어, 요즘은 전쟁기념관 안내봉사를 한다.


 김해옥 씨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17년간 모셨던 시어머니 덕분이라고 털어놓는다. 4년 전 돌아가셨지만 살아생전 김해옥 씨가 봉사 가는 날엔 아이들도 챙겨주고, 살림도 도와주었다. 


 "구로동 노인정에 봉사를 가기 전 한 번씩 들러 머리카락을 잘라주던 할머니 한 분이 계셨어요. 다리가 불편하셔서 직접 찾아갔었는데 바쁘고 잊어버리고 하면서 몇 번을 못 간 거예요. 그래서 거의 3달 만에 방문했는데 머리카락이 꽤 길었더라고요."


 김해옥 씨는 그 모습을 보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고, 할머니는 반가워서 함께 부둥껴  안고 울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한 번은 노숙자 한 분이 머리카락을 빡빡 밀어달라는 거예요. 뭔가 불만이 많았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날씨도 추운데 그러지 말고 예쁘게 깎아 드릴테니 보고 결정하라고 말씀드렸죠. 머리카락을 자르고 나니 활짝 웃으며 맘에 든다고 하면서 그냥 가시더라고요."


 별 것 아닌 일일 수 있지만 이런 모습에서 봉사의 즐거움을 찾는다. 어려서부터 동생 네 명의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줬을 정도로 이미용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봉사'를 소명처럼 느낀다. 힘 닿는데까지 봉사하겠다는 김해옥 씨는 지금까지 지지해오고 격려해 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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