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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43]모녀는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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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43]모녀는 통했다
  • 공지애
  • 승인 2009.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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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득씨 (오류1동)
 지난 2000년, 부업을 하던 이순득 씨(47, 오류1동)는 갑자기 허리디스크로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다. 자녀들이 컵라면을 사다주면 바닥에 컵라면을 놓고 누워 먹을 정도로 심각했었다.

 그렇게 2년을 고생하고 건강을 되찾던 2001년부터 이순득 씨는 봉사를 시작했다. 다시 건강을 얻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해서다. 대한적십자사 오류1동봉사회에서 밑반찬배달, 쌀·부식 배달 등 일반구호와 헌혈의집 자원봉사 등 다양한 봉사를 해왔다. 봉사하면서 소개받아 직장도 다니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느라 주중 봉사가 어렵게 되자 주말에 할 수 있는 봉사를 찾아다녔다. 휴일은 봉사가 1순위다.

 올해는 딸 장진영 양(유한공고1)과 함께 또바기봉사나눔회(회장 김종식)에 가입해 매달 세번째주 일요일엔 독거어르신 목욕봉사를 하고 있다.

 "올 1월에 진영이가 어르신 목욕봉사를 시작했고 저도 따라가 봤는데, 진영이가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할머니 목욕을 시켜드리는 거예요. 제 딸이지만 깜짝 놀랐어요. 어렸을 때부터 어르신 짐 들어서 집까지 바래다 드리고, 넘어져 우는 아이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이였거든요."

 이들 모녀는 또바기봉사회원들과 매달 오류2동의 독거어르신 5~6분을 연세복지관(천왕동 소재)에 모셔와 목욕을 시켜드린다.

 복지관 측에서 목욕시설과 식당 등 장소를 제공해 준 덕분이다. 먼저 비누칠을 하고 탕에서 몸을 푼 뒤 때를 밀어드리고, 비누거품으로 닦고, 머리 감아 드리고, 헤어드라이어로 말려드리고 전신에 로션을 발라드리고 옷을 입혀드린다.

 그리고 손수 식사를 준비해 대접한다. 식사대접은 매달 모으는 회비로 충당한다.

 어르신들은 봉사자들이 형식으로 하는지 마음을 담아서 하는지 금방 알아챈다. 그래서 목욕할 때만 되면 꼭 이순득 씨 모녀를 찾는다.

 목욕봉사를 받은 할머님들이 "고맙다, 개운하다, 내 자식보다 낫다, 우리는 복 받은 사람이다."라고 말씀해주시면 저절로 힘이 난다.

 "좋으세요?"
 "좋다 뿐이야?"
 "그럼 매일 올까요?"
 "아이고, 젊은 사람이 일해서 먹고 살아야지, 안 돼!"

 기분 좋으면서도 어르신들은 손사래를 치신다.

 이순득 씨는 20년지기 이웃까지 봉사에 동참시켰다. 얼마 전 요양보호사 1급자격증까지 단 이순득 씨는 전문적인 봉사활동의 꿈을 키우고 있다.





◈ 이 기사는 2009년 8월 31일자 31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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